▣ 왕필 주역주
○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자는 보사(輔嗣)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찍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44. 구괘(姤卦)[卦象:천풍구]
☰ 乾上
☴ 巽下
손(巽)[風.바람]이 아래에 있고, 건(乾)[天.하늘]이 위에 있다.
姤,女壯,勿用取女。
구(姤)는 여자가 건장하니, 여자를 취하여 쓰지 말아야 한다.
《彖》曰:姤,遇也,柔遇剛也。
《단전(彖傳)》에서 말하였다. "구(姤)는 만남이며, 부드러움[陰]이 굳셈[陽]을 만남이다."
【王弼 注】 施之於人,即女遇男也。一女而遇五男,為壯至甚,故不可取也。
【왕필 주】 남에게 베풀어 줌은 즉 여자가 남자를 만남이다. 한 여자이면서 다섯 남자를 만나서 건장함이 지극히 심하게 되었기 때문에 취해서는 안 됨이다.
勿用取女,不可與長也。天地相遇,品物咸章也。
여자를 취하여 쓰지 말아야 함은, 더불어 오래하면 안 됨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면 온갖 사물이 모두 빛난다.
【王弼 注】 匹乃功成也。
【왕필 주】짝하여 마침내 공(功)을 이룬다.
剛遇中正,天下大行也。
굳셈이 가운데[中] 바름을 만나면 천하에 크게 행해지며,
【王弼 注】 化乃大行也。
【왕필 주】달라져서 마침내 크게 행해진다.
姤之時義大矣哉!
만남[姤]의 때는 의로움이 크다."
【王弼 注】 凡言義者,不盡於所見,中有意謂者也。
【왕필 주】대체로 의로움을 말하는 것은, 보이는 곳에 다함이 아니고 가운데에 뜻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象》曰:天下有風,姤,后以施命誥四方。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하늘 아래에 바람이 있음이 구(姤)괘이니, 임금이 그로써 명령을 베풀어 사방에 알린다."
初六,繫于金柅,貞吉。有攸往,見凶。羸豕孚蹢躅。
초육(初六)은 쇠 고동목[九四]에 매달렸으니 곧아야 길하고, 가서 펼침[敒]이 있으면 흉함을 당하며 약한 돼지[羸豕]가 [九四를]믿고서 날뛴다.
【王弼 注】 金者堅剛之物,柅者制動之主,謂九四也。初六處遇之始,以一柔而承五剛,體夫躁質,得遇而通,散而无主,自縱者也。柔之為物,不可以不牽。臣妾之道,不可以不貞,故必繫于正應,乃得貞吉也。若不牽于一,而有攸往行,則唯凶是見矣。羸豕,謂牧豕也。群豕之中,豭強而牧弱,故謂之羸豕也。孚,猶務躁也。夫陰質而躁恣者,羸豕特甚焉。言以不貞之陰,失其所牽,其為淫醜,若羸豕之孚,務蹢躅也。
【왕필 주】금(金, 쇠 금)이라는 것은 단단하고 굳센 물건이고, 니(柅, 무성할 니)라는 것은 움직임을 제어하는 주체이며 구4(九四)를 말한다. 초육(初六)이 만남의 시초에 처하고 그로써 하나의 부드러움이면서 다섯 굳셈을 받들며 그 조급한 자질을 몸[體]하여 만남을 얻어서 통하고 흩어져서 주인이 없으니, 스스로 방종(放縱)하는 자이다.
부드러움이 사물이 됨은, 끌려가지 않으면 안 되고 신하와 첩의 도(道)는 바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바른 응(應)에 매여야 비로소 곧아야 길함을 얻는다. 만약 하나에 끌려가지 않으면서 가서 펼침[敒]을 행하면 오직 흉함을 바로 본다. 이시(羸豕)는 기르는 돼지를 말하며, 여러 돼지 중에 수놈은 강하자만 기르면 약하기 때문에 말하기를 ‘약한 돼지[羸豕]’라고 하였다.
‘부(孚, 미쁠 부)’는 조급함에 힘쓰는 것과 같다. 본질[質]이 음(陰)이면서 조급하고 방자한 것으로는 약한 돼지[羸豕]가 특히 심하며, 그로써 곧지 않은 음(陰)이 끌려가는 바를 잃고 음탕하고 추함을 하는데, 약한 돼지의 믿음이 힘써 날뛰는 것과 같음을 말함이다.
《象》曰:擊于金柅,柔道牽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쇠고동목[九四]에 매임은, 부드러운 도(道)가 끌려감이다.”
九二,包有魚,无咎,不利賓。
구이(九二)는 부엌(庖, 부엌 포)에 물고기가 있으니, 허물이 없으나 손님에게는 이롭지 않다.
【王弼 注】 初陰而窮下,故稱魚。不正之陰,處遇之始,不能逆近者也。初自樂來應己之廚,非為犯奪,故无咎也。擅人之物,以為己惠,義所不為,故不利賓也。
【왕필 주】초육(初六)이 음(陰)이면서 궁한 아래이기 때문에 물고기[魚]를 칭했으며, 바르지 않은 음(陰)이 만남의 시작에 처하여 가까운 자를 잘 거스르지 못한다. 초육(初六)이 스스로 즐겁게 와서 자기의 부엌에 응(應)하지만, 범하여 빼앗으려 함이 아니기 때문에 허물이 없다. 남의 물건을 멋대로 하여 그로써 자기의 은혜로 삼으며 의로움을 하지 않는 바이기 때문에 손님에게는 이롭지 않음이다.
《象》曰:包有魚,義不及賓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부엌(庖)에 물고기가 있음은, 의로움이 손님에게 미치지 않음이다."
九三,臀无膚,其行次且,厲无大咎。
구삼(九三)은 볼기가 살이 없어 그 행함을 머뭇거리니, 위태로우나 큰 허물이 없다.
【王弼 注】 處下體之極,而二據於初,不為己乘。居不獲安,行无其應,不能牽據,以固所處,故曰「臀无膚,其行次且」也。然履得其位,非為妄處,不遇其時,故使危厲。災非己招,是以无大咎也。
【왕필 주】아래 몸[體]의 꼭대기에 처하는데, 구2(九二)가 초육(初六)을 근거하고 자기[九三]를 타려 하지 않는다. 거주함에 편안함을 얻지 못하고 행함에 그 응(應)이 없으니 근거를 잘 끌어당기지 못하고 견고함으로써 처하는 바이기 때문에 “볼기가 살이 없어 그 행함을 머뭇거린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지위를 얻어 밟고 망령됨에 처하려 하지 않았지만, 그 때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위태로움으로 하여금 괴롭지만, 재앙을 자기가 부르지는 않았으니 바로 그로써 큰 허물이 없음이다.
《象》曰:其行次且,行未牽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그 행함을 머뭇거림은, 행함을 이끌지 못했음이다."
九四,包无魚,起凶。
구사(九四)는 부엌(庖)에 물고기가 없으니, 일으키면 흉하다.
【王弼 注】 二有其魚,故失之也。无民而動,失應而作,是以凶也。
【왕필 주】구2(九二)가 그 물고기를 소유했기 때문에 잃어 버렸다. 백성이 없는데도 움직이고 응(應)잃었는데도 일어나니, 이로써 흉함이다.
《象》曰:无魚之凶,遠民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물고기가 없음의 흉함은, 백성들이 멀리함이다.”
九五,以杞包瓜,含章,有隕自天。
구오(九五)는 구기자와 뒤웅박[包瓜]으로써 아름다움을 머금었지만 떨어짐은 하늘로부터 한다.
【王弼 注】 杞之為物,生於肥地者也。包瓜為物,繫而不食者也。九五履得尊位,而不遇其應,得地而不食,含章而未發,不遇其應,命未流行。然處得其所,體剛居中,志不舍命,不可傾隕,故曰有隕自天也。
【왕필 주】구기자[杞]가 사물이 됨은 비옥한 땅에 자라는 것이고, 뒤웅박[包瓜]이 물건을 함은 메달려 있지만 먹지 못하는 것이다. 구오(九五)효는 높은 지위를 얻어 밟고서 그 응(應)을 만나지 못해서 땅을 얻고도 먹지 못하고 아름다움을 머금고도 드러나지 못하니, 그 응(應)을 만나지 못하면 명(命)이 흘러서 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리를 얻어 처하고 굳센 몸[體]이 가운데[中]에 거주하며 뜻이 명(命)을 버리지 않으니 기울여서 떨어뜨릴 수가 없기 때문에 “떨어짐은 하늘로부터 한다.”라 말한 것이다.
《象》曰:九五含章,中正也。有隕自天,志不舍命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구5(九五)가 아름다움을 머금음은 가운데가 바름[中正]이다. 떨어짐이 하늘로부터 함은 뜻이 명을 버리지 않음이다.”
上九,姤其角,吝,无咎。
상구(上九)는 그 뿔을 만나니 부끄러우나, 허물은 없다.
【王弼 注】 進之於極,无所復遇,遇角而已,故曰姤其角也。進而无遇,獨恨而已。不與物爭,其道不害,故无凶咎也。
【왕필 주】나아가서 꼭대기에 있으니 다시 만날 바가 없으며 뿔을 만날 뿐이기 때문에 말하기를 “그 뿔을 만난다.”라고 말했다. 나아갔는데 만남이 없으니 홀로 한탄 할 뿐이며, 더블어 남[사물]과 다투지 않고 그 도를 해치지 않기 때문에 흉함과 허물이 없음이다.
《象》曰:姤其角,上窮吝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그 뿔을 만남은, 위에서 궁하여 부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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