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필 주역주
○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자는 보사(輔嗣)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찍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45. 췌괘(萃卦)[卦象:택지췌]
☱ 兌上
☷ 坤下
곤(坤)[地.땅]이 아래에 있고, 태(兌)[澤.못]가 위에 있다.
萃,亨,
췌괘(萃卦)는 형통하며,
【王弼 注】 聚乃通也。
【왕필 주】모으면 비로소 통함이다.
王假有廟。
왕이 사당을 둠에 이르며,
【王弼 注】 假,至也。王以聚至有廟也。
【왕필 주】격(假, 이를 격)은 이르름[至]이며, 왕이 모음으로써 사당이 있음에 이르름이다.
譯註 1: 『禮記』 《禮運》篇⇒ 故天子祭天地,諸侯祭社稷。祝嘏莫敢易其常古,是謂大假。
(『예기』 《예운》篇⇒그러므로 천자는 하늘과 땅에 제사하고, 제후는 사직에 제사 지낸다. 축(祝)과 하(嘏)는 그것이 옛날 불변의 예법이기에 감히 바꿀 수 없다. 이것을 일컫기를 <대가(大假)>라 한다.)
※ 하사(嘏辭) : 제사를 지낼 때에, 신(神)이 제주(祭主)에게 내리는 축복의 말이다.
【石潭 案】 : “하(假)” 는 『예기』 《禮運》의 ‘정현 주’에 ”嘏,本或作假[‘하’는 원본에 혹 하(假:멀 하)로 쓰였다]라고 하였으며 “嘏,祝為屍致福於主人之辭也[‘하’는 축(祝)을 하여서 주인의 말에 시신의 복이 이르도록 함이다]라고 하였다.
利見大人,亨,利貞。
대인(大人)을 만남이 이롭고 형통한데 곧아야 이롭다.
【王弼 注】 聚得大人,乃得通而利正也。
【왕필 주】모아서 대인(大人)을 얻으며, 마침내 통함을 얻는데 바름이 이롭다.
用大牲吉。
큰 희생(犧牲)을 써야 길하며,
【王弼 注】 全乎聚道,用大牲乃吉也。聚道不全而用大牲,神不福也。
【왕필 주】모으는 도(道)에 온전하고 큰 희생을 써야 비로소 길하다. 모으는 도(道)가 온전하지 않으면서 큰 희생을 쓰면 신이 복을 내리지 않는다.
利有攸往。
가서 펼침[敒]이 이롭다.
《彖》曰:萃,聚也。順以說,剛中而應,故聚也。
《단전(彖傳)》에 말했다. 췌(萃)는 모음이다. 설득함으로써 순종하고, 가운데가 굳세면 응(應)하기 때문에 모임이다.
【王弼 注】 但順而說,則邪佞之道也。剛而違於中應,則強亢之德也。何由得聚?順說而以剛為主,主剛而履中,履中以應,故得聚也。
【왕필 주】다만 순하면서 설득되면 간사하고 아첨함의 도(道)이고, 굳세면서 가운데[中]와 응(應)을 어기면 강하고 높은 덕(德)인데, 무엇을 말미암아 모임을 얻겠는가? 순하여 설득되어서 굳셈을 가지고 주인을 하는데 주인이 굳세면서 가운데를 밟고 가운데를 밟고 그로써 응(應)하기 때문에 모음을 얻는다.
王假有廟,致孝享也。
왕이 이르러 사당에 있음은, 효도의 제향을 이르름이다.
【王弼 注】 全聚,乃得致孝之亨也。
【왕필 주】모음이 온전해야 비로소 효도의 제향을 올릴 수 있음이다.
利見大人,亨,聚以正也。
대인(大人)을 만나야 이롭고 형통함은, 모음이 바름이다.
【王弼 注】 大人,體中正者也。通聚以正,聚乃得全也。
【왕필 주】대인(大人)은 몸이 가운데 바른[中正] 자이다. 모음이 바름을 통해야 모음이 마침내 온전함을 얻는다.
用大牲吉,利有攸往,順天命也。
큰 희생을 사용하면 길하고 가서 펼침[敒]이 이로움은, 하늘의 명에 순종함이다.
【王弼 注】 順以說而不捐剛,順天命者也。天德剛而不違中,順天則說,而以剛為主也。
【왕필 주】순함으로써 설득되면서 굳셈을 내놓지 않으니 하늘의 명을 따르는 자이다. 하늘의 덕(德)은, 굳세면서 가운데를 어기지 않고 하늘에 순종하여 설득되면서 굳셈으로써 주인을 삼음이다.
觀其所聚,而天地萬物之情可見矣。
그 모으는 바를 관찰하여서 천지(天地)와 만물의 실정을 볼 수가 있다.
【王弼 注】 方以類聚,物以群分。情同而後乃聚,氣合而後乃群。
【왕필 주】방소(方所)로써 부류를 모으고 사물로써 무리를 나눈다. 실정이 같은 이후에 비로소 모으고 기운이 합해진 이후에 비로소 무리한다.
《象》曰:澤上於地,萃。君子以除戎器戒 不虞。
《상전(象傳)》에 말했다. "못이 땅 보다 위에 있음이 췌(萃)괘이다. 군자는 그로써 병기를 덜어내고 경계를 기물하여 근심하지 않는다."
【王弼 注】 聚而无防,則眾生心。
【왕필 주】모으기만 하고 방비함이 없으면 무리가 욕심이 생겨난다.
初六,有孚不終,乃亂乃萃。若號,一握為笑,勿恤。往无咎。
초육(初六)은 믿음이 있지만 끝내지 못하니 이에 혼란하기도 하고 모이기도 한다. 만약 발호하면 한 줌 웃음이 되니 동정(同情)하지 말고, 가야 허물이 없다.
【王弼 注】 有應在四,而三承之,心懷嫌疑,故有孚不終也。不能守道,以結至好,迷務競爭,故乃亂乃萃也。一握者,小之貌也。為笑者,懦劣之貌也。己為正配,三以近寵,若安夫卑退,謙以自牧,則勿恤而往无咎也。
【왕필 주】응(應)이 구4(九四)에 있는데 육3(六三)이 그것[九四]을 받들어서 마음에 싫어하는 의심을 품기 때문에 믿음이 있으나 끝마치지 못함이다. 도(道)를 잘 지켜서 그로써 지극히 좋아함을 맺지 않고 미혹(迷惑)함에 힘쓰고 다투어 경쟁하기 때문에 이에 혼란하기도 하고 모이기도 함이다. '한 줌[一握]'이라는 것은 작은 모양이고, '웃음이 된다[為笑]'는 것은 나약(懦弱)하고 용렬(庸劣)한 모양이다. 자기가 바른 배필이 되었는데 육3(六三)으로써 가까운데를 총애(寵愛)하니, 만약 낮추고 물러감을 편안히 여겨 겸손함으로써 스스로 기르면 동정(同情)하지 말고 가야 허물이 없음이다.
《象》曰:乃亂乃萃,其志亂也。
《상전(象傳)》에 말했다. “이에 혼란하기도 하고 모이기도함은, 그 뜻이 어지러움이다."
六二,引吉,无咎,孚乃利用禴。
육이(六二)는 이끌어야 길하고 허물이 없으며, 믿고 마침내 간소한 제사[禴]를 지내니 이롭다.
【王弼 注】 居萃之時,體柔當位。處坤之中,己獨處正,與眾相殊,異操而聚,民之多僻,獨正者危。未能變體以遠於害,故必見引,然後乃吉而无咎也。禴,殷春祭名也,四時祭之省者也。居聚之時,處於中正,而行以忠信,故可以省薄薦於鬼神也。
【왕필 주】모음[萃]의 때에 거주하고 몸[體]이 부드러워 지위가 마땅하다. 곤(坤)의 가운데 처하고 자기 홀로 바름에 처하며 무리가 더블어 서로 다르고 지조(志操)가 다른데도 모으니, 백성들은 많이 궁벽(窮僻)해지고 바른 자가 홀로 위태로우며 몸[體]을 바꿈으로써도 능히 해로움을 멀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끌어준 연후에야 비로소 길하여 허물이 없음을 본다. ‘약(禴, 봄 제사 약)’은 은(殷)나라의 봄 제사 이름이며, 사철 제사(四時祭) 중에 살피는 것이다. 모움의 때에 거주하고 가운데 바름[中正]에 처해서 충성과 믿음으로 행하기 때문에 살핌으로써 적은 제수를 귀(鬼)와 신(神)에게 올릴 수 있는 것이다.
《象》曰:引吉无咎,中未變也。
《상전(象傳)》에 말했다. "이끌어야 길(吉)하고 허물이 없음은, 가운데가 변하지 않았음이다."
六三,萃如嗟如,无攸利。往无咎,小吝。
육삼(六三)은 모여서 탄식하니 이로움을 펼[敒]데가 없으며, 가면 허물이 없지만 조금은 부끄럽다.
【王弼 注】 履非其位,以比於四,四亦失位,不正相聚,相聚不正,患所生也。干人之應,害所起也,故「萃如嗟如,无攸利」也。上六亦无應而獨立,處極而憂危,思援而求朋,巽以待物者也。與其萃於不正,不若之於同志,故可以往而无咎也。二陰相合,猶不若一陰一陽之應,故有小吝也。
【왕필 주】그 지위가 아닌데를 밟고 그로써 구4(九四)에 친하니 구4(九四) 또한 자리를 잃었는데, 서로 모음이 바르지 않으며 모음이 바르지 않으나 근심이 생겨나는 바이다. 남의 응(應)을 막으면 해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모여서 탄식하니 이로움을 펼[敒]데가 없다'. 상육(上六) 또한 응(應)이 없어서 홀로 서 있고 꼭대기에 처하면서 위태로움을 근심하여 도움을 생각하여서 벗을 구하여 공손함으로써 남[사물]을 기다리는 자이다. 더블어 그 바르지 않음에 모음이 동지(同志;陰)에게 가는 것 보다 못하기 때문에 감으로써 허물이 없을 수 있다. 두 음(陰)이 서로 합하였으니, 오히려 한 음(陰)과 한 양(陽)이 응(應)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에 조금 부끄러움이 있음이다.
《象》曰:往无咎,上巽也。
《상전(象傳)》에 말했다. "가면 허물이 없음은, 상육(上六)이 겸손함이다.“
九四,大吉,无咎。
구사(九四)는 크게 길해야 허물이 없다.
【王弼 注】 履非其位,而下據三陰,得其所據,失其所處。處聚之時,不正而據,故必大吉、立夫大功,然後无咎也。
【왕필 주】그 지위가 아닌데를 밟으면서 아래 세 음(陰)에 근거하니 그 근거하는 바를 얻지만 그 처한 곳을 잃는다. 모으는 때에 처하고 바르지 않으면서도 근거하기 때문에 반드시 크게 길하지만 큰 공을 세운 연후에야 허물이 없다.
《象》曰:大吉无咎,位不當也。
《상전(象傳)》에 말했다. “크게 길(吉)해야 허물이 없음은, 지위가 마땅하지 않음이다.”
九五,萃有位,无咎,匪孚,元永貞,悔亡。
구오(九五)는 모음은 지위가 있어야 허물이 없고, 믿지 않아도 근원이 오래 곧으면 후회가 없어진다.
【王弼 注】 處聚之時,最得盛位,故曰萃有位也。四專而據,己德不行,自守而已,故曰「无咎匪孚」。夫脩仁守正,久必悔消,故曰「元永貞,悔亡」。
【왕필 주】모음의 때에 처해야 가장 성대한 지위를 얻었기 때문에 "모음은 지위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4(九四)가 오로지 하여서 근거하고 자기의 덕(德)을 행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지킬 뿐이기 때문에 “허물이 없고 믿지 않음”이라 했다. 그 어짊을 닦고 바름을 지키기를 오래하면 반드시 뉘우침이 사라지기 때문에 “근원이 오래 곧으면 후회가 없어진다.”라고 말한 것이다.
《象》曰:萃有位,志未光也。
《상전(象傳)》에 말했다. “모음은 지위가 있음은, 뜻이 아직 빛나지 않음이다."
上六,齎咨涕洟,无咎。
상육(上六)는 눈물 콧물 흘리며 탄식해야 허물이 없다.
【王弼 注】 處聚之時,居於上極,五非所乘,內无應援。處上獨立,近遠无助,危莫甚焉。齎咨,嗟歎之辭也。若能知危之至,懼禍之深,憂病之甚,至于涕洟,不敢自安,亦眾所不害,故得无咎也 。
【왕필 주】모이는 때에 처하고 올라가는 꼭대기에 거주하며 구5(九五)는 탈 곳이 아니고 안에 응원(應援)이 없다. 홀로 서서 위에 처하여 가깝고 먼 곳에 도움이 없으니, 위태로움이 이보다 더 심함이 없다. ‘재자(齎咨)’는 한탄하는 말이다. 만약 위험이 이르름을 잘 알고 재앙을 두려워하기가 깊으며 병을 염려하기가 심하여 눈물과 콧물이 지극하고 감히 스스로 편안하지 않으며 또한 무리가 해치지 못하는 바이기 때문에 허물 없음을 얻는 것이다.
《象》曰:齎咨涕洟,未安上也。
《상전(象傳)》에 말했다. “눈물 콧물 흘리며 탄식해야 함은, 위쪽이 편안하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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