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필 주역주(王弼 周易注)
○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자는 보사(輔嗣)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찍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하안(何晏) 등에게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상서랑(尙書郞)에 등용되었고, 하안과 함께 위진(魏晉) 현학(玄學, 老莊學)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저서는『주역주(周易注)』와『노자주(老子注)』가 있다.
1. 건괘(乾卦)[卦象:중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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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天.하늘]이 아래에 있고, 건[天.하늘]이 또 위에 있다.
乾, 元亨, 利貞.
건(乾)은, 커지고 형통하며, 이롭고 바르다.
初九, 潛龍勿用.
초구효는 [물에] 잠긴 용은 쓰지 말라.
【王弼 注】 文言備矣。
【왕필 주】 문언에 갖추었다.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구이효는 용이 나타나 밭에 있다. 대인[5효]을 만나야 이롭다.
【王弼 注】 出潛離隱,故曰「見龍」;處於地上,故曰「在田」。德施周普,居中不偏,雖非君位,君之德也。初則不彰,三則乾乾,四則或躍,上則過亢。利見大人,唯二、五焉。
【왕필 주】 잠김에서 나와 숨은데서 붙좇기 때문에 "용이 나타난다"라고 말했고, 땅 위에 처했기 때문에 "밭에 있다"라고 말했다. 덕을 베풀고 두루 넓리 가운데 머물며 치우치지 않고, 비록 임금의 자리가 아니더라도 임금의 덕이다. 초효는 곧 드러나지 않고, 삼효는 곧 마르고 달으며, 사효는 곧 혹 뛰어오르고, 상효는 곧 지나치게 높다. 대인을 만나야 이로움은 오직 이효와 오효에 있다.
九三, 君子 終日乾乾, 夕惕若 厲 無咎.
구삼효는 군자는 종일 부지런히 노력하고, 저녁[음]에는 두려운 듯이 하면 위태하더라도 허물이 없다.
【王弼 注】 處下體之極,居上體之下,在不中之位,履重剛之險。上不在天,未可以安其尊也。下不在田,未可以寧其居也。純修下道,則居上之德廢;純修上道,則處下之禮曠。故終日乾乾,至於夕惕猶若厲也。居上不驕,在下不憂,因時而惕,不失其幾,雖危而勞,可以无咎。處下卦之極,愈於上九之亢,故竭知力而後免於咎也。乾三以處下卦之上,故免亢龍之悔。坤三以處下卦之上,故免龍戰之災。
【왕필 주】하괘에 처해 몸이 다하고 상괘에 머물러 몸이 하괘로 하며, 가운데[中]가 아닌 자리에서 거듭된 굳셈의 험함을 밟았다. 위로는 하늘에 있지 않아 그 존귀함을 편안하게 할 수 없고, 아래로는 밭에 있지 않아 그 거처를 편안하게 여길 수 없다. 아래의 도를 순수하게 닦으면 위에 머무는 덕이 없어지고, 위의 도를 순수하게 닦으면 아래에 거처하는 격식[體]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종일토록 힘쓰고 힘써서 저녁에 이르도록 두려워하는 것이 오히려 닦달하는 듯 하다. 위에 머물면서 교만하지 않고 아래에 있어도 우려하지 않으며 때를 인하면서 두려워하고 거의 잃지 않으며 비록 위태하지만 수고하니 허물 없음으로 할 수 있다. 아래 괘의 꼭대기에 처하고 상구의 높은데 보다 낫기 때문에 지혜와 힘을 다한 이후에 허물을 면한다. 건괘의 삼효로서 아래 괘의 위에 처하기 때문에 높은 용의 후회를 면한다. 곤괘의 삼효로서 아래괘의 위에 처하기 때문에 용이 싸우는 재앙을 면한다.
九四, 或躍在淵, 無咎.
구사효는 혹 못에 있으면서 뛰어오른다. 허물은 없다.
【王弼 注】 去下體之極,居上體之下,乾道革之時也。上不在天,下不在田,中不在人,履重剛之險,而无定位所處,斯誠進退无常之時也。近乎尊位,欲進其道,迫乎在下,非躍所及。欲靜其居,居非所安,持疑猶豫,未敢決志。用心存公,進不在私,疑以為慮,不謬於果,故无咎也。
【왕필 주】 하괘를 떠나 몸이 다하고 상괘에 머물러 몸이 하괘로 하며, 건의 도는 개혁의 때이다. 상괘가 하늘에 있지 않고 하괘가 밭에 있지 않으며 가운데에 사람이 있지 않아서 거듭된 굳셈의 험함을 밟았는데, 정한 자리에 처한 것이 없고 이를 이루고자 함은 나아가고 물러남이 무상의 때이다.
높은 자리에 가까우면 그 도에 나아가고자 하고 아래에 있으면 핍박받아 뛰어올라서 미칠 곳이 아니다. 그 머무름이 고요하길 바라면 머무름이 편안한 곳이 아니다. 의혹을 가짐은 예비함과 같은서 아직 감히 뜻을 결단하지 않는다. 마음 쓰임이 공적임에 있고 나아감은 사사로움에 있지 않으며 의심으로서 우려(憂慮)하여 결과에 그르치지 않기때문에 허물이 없다.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구오효는 용(龍)이 날아서 하늘에 있다. 대인을 만나야 이롭다.
【王弼 注】 不行不躍而在乎天,非飛而何?故曰飛龍也。龍德在天,則大人之路亨也。夫位以德興,德以位敘,以至德而處盛位,萬物之覩,不亦宜乎!
【왕필 주】 가지도 않고 뛰어오르지도 않는데 어찌 날지 않고서 하늘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비룡(飛龍)이라 말했다. 용의 덕은 하늘에 있은 즉 대인의 길로 통한다. 저 자리로서 덕이 일어나고 덕으로서 자리를 펼치며 그로서 덕에 이르러서 자리가 성대한 곳 만물이 보이고 마땅함이 또한 아니겠는가?
上九, 亢龍有悔. 用九, 見群龍 無首 吉.
상구효는 용이 끝에 올랐으니 후회가 있다. 구(九)를 씀은 여러 용이 나타나 머리가 없어서 길하다.
【王弼 注】 九,天之德也。能用天德,乃見群龍之義焉。夫以剛健而居人之首,則物之所不與也。以柔順而為不正,則佞邪之道也。故乾吉在无首,坤利在永貞。
【왕필 주】 구(九)는 하늘의 덕이다. 하늘의 덕을 잘 쓰면, 비로서 그곳에 여러 용의 옳음이 나타난다. 대저 강건함으로서 머무름이 사람의 머리라면 만물이 더블지 않는 바이다. 유순함으로서 함이 바르지 않다면 아첨과 간사함의 도이다. 그러므로 건괘의 길함은 머리가 없음에 있고 곤괘의 이로움은 곧음이 오래함에 있다.
彖曰:大哉乾元,萬物資始,乃統天。雲行雨施,品物流形。大明終始,六位時成,時乘六龍以御天。乾道變化,各正性命。
단전(彖傳)은 말하였다. 크도다, 건(乾)의 근원(元)이 됨은. 만물이 바탕의 시작이며 이에 하늘을 통솔한다. 구름이 운행하고 비가 내리며 여러 사물이 사라지고 이루어 진다. 큰 밝음이 지고 뜨면서 여섯 방위와 시간이 이루어지며, 시기에 맞혀 육룡(六龍)을 타고 하늘을 다스린다. 건도(乾道)가 변하고 달라져서 각자의 성품과 천명을 바로잡는다.
【王弼 注】 天也者,形之名也。健也者,用形者也。夫形也者,物之累也。有天之形而能永保无虧,為物之首,統之者豈非至健哉!大明乎終始之道,故六位不失其時而成,升降无常,隨時而用,處則乘潛龍,出則乘飛龍,故曰「時乘六龍」也。乘變化御大器,靜專動直,不失太和,豈非正性命之情者邪!
【왕필 주】 하늘은 모양의 이름이다. 굳셈이란 것은 [하늘의]모양을 쓴 것이다. 그 모양이라 한 것은, 만물의 연루됨이다. 하늘의 모양이 있고서 이지러짐이 없음을 오래도록 잘 보존하고, 만물의 머리가 되며 통솔하는 것은 대개 굳셈에 이르름이 아닌가! 마침과 시작의 도에 크게 밝기 때문에 여섯 개의 자리가 그 때를 잃지 않고서 이루어 오르고 내림의 일정함이 없고 때에 따라서 쓰이며 처하면 잠룡이 타고 나오면 비룡에 타기 때문에 말하기를 “때 맞게 육룡을 탄다”라고 하였다. 변화를 타고 큰 그릇을 부리며 고요하면 오로지하고 움직이면 곧으며 큰 화합을 잃지 않는데, 대개 본성이 명한 감정이 바른 것이 아닌가!
保合大和,乃利貞。
큰 화합을 합하여 보전하면 이에 이롭고 곧게 된다.
【王弼 注】 不和而剛暴。
【왕필 주】 화합하지 않고서 굳세고 포악함이다.
首出庶物,萬國咸寧。
머리에 여러 만물이 나오니, 만국이 모두 편안하다.
【王弼 注】 萬國所以寧,各以有君也。
【왕필 주】 만국이 편안한 까닭은 각기 그로서 임금이 있음이다.
象曰:天行健,君子以自強不息。 潛龍勿用,陽在下也。 見龍在田,德施普也。 終日乾乾,反復道也。
상전(象傳)은 말하였다. 하늘의 운행은 굳건하다. 군자는 이로서 스스로 강하게 하여 쉬지 않는다. 잠겨있는 용이니 쓰지 말라는 말은 양(陽)이 아래에 있음이다. 용(龍)이 나타나 밭에 있다는 말은 덕(德)을 널리 베품이다. 종일토록 더욱 노력한다는 말은 도(道)를 회복함이다.
【王弼 注】 以上言之則不驕,以下言之則不憂,反覆皆道也。
【왕필 주】 이상의 말한 것인 즉 교만하지 않음이고 이하의 말한 것인 즉 근심하지 않음이며 모든 도를 반대로 덮음이다.
或躍在淵,進,无咎也。 飛龍在天,大人造也。 亢龍有悔,盈不可久也。 用九,天德,不可為首也。
연못에 있으면서 때로 뛰어오름은, 나아가도 허물이 없음이다. 나는 용이 하늘에 있다는 말은 대인이 지어냄이다.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가 있다는 말은 가득 찬 것은 오래 할 수 없음이다. 용구(用九)란 말은 하늘의 덕(德)은 우두머리가 됨이 불가함이다.
文言曰:元者善之長也,亨者嘉之會也,利者義之和也,貞者事之幹也。君子體仁足以長人,嘉會足以合禮,利物足以和義,貞固足以幹事。君子行此四德者,故曰:乾,元亨利貞。
문언전(文言傳)에 말하였다. 원(元:만물의 근원)이란 것은 선(善)이 자람이며, 형(亨)이란 것은 아름다움(嘉)의 모임이다. 이(利)라는 것은 옳음의 화합함이고, 정(貞)이란 것은 일의 근간이다. 군자가 어짊을 체득하면 사람을 길러내기에 족하고, 아름다움을 모으면 예(禮)를 부합시키기에 족하며, 만물을 이롭게 하면 옳음을 화합하기에 족하고, 곧음을 굳건히 하면 일을 주간하기에 족하다. 군자는 이 네 가지 덕(德)을 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건(乾)을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고 말하였다.
初九曰:「潛龍勿用」何謂也?子曰:「龍德而隱者也。不易乎世。
초구효(初九爻)에 말하기를, “은둔한 용(龍)이니 쓰지 말라”고 했는데 무슨 말인가? 공자(孔子)가 말했다. “용의 덕(德)이 있으면서 숨어있는 자이다. 세상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王弼 注】 不為世俗所移易也。
【왕필 주】 세상의 풍속이 바뀌어 옮기는 것을 하지 않음이다.
不成乎名,遯世无悶,不見是而无悶。樂則行之,憂則違之,確乎其不可拔,潛龍也。」
명성을 이루려하지 않고 세상을 숨어살면서도 답답함이 없으며, 옳게 보지 않아도 불평함이 없다. 즐거우면 행하여 가고, 근심스러우면 행하지 않으며, 확실히 뽑아낼 수 없으니 은둔한 용이다.
九二曰:「見龍在田,利見大人。」何謂也?子曰:「龍德而正中者也。庸言之信,庸行之謹,閑邪存其誠,善世而不伐,德博而化。易曰:『見龍在田,利見大人。』君德也。」
구이효(九二爻)에 말하기를 "용(龍)이 나타나 밭에 있으니 대인(大人)을 만남이 이롭다"라고 함이 무슨 말인가?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용(龍)의 덕이면서 가운데로 바로잡는 자이다. 말은 믿음으로 고쳐 쓰고 행동은 삼가함으로 고쳐 행하며, 사악(邪惡)함을 막아서 성실함을 보존하고 세상을 선도하고서 자랑하지 않으며, 덕(德)을 넓혀서 달라진다. 《주역(周易)》에 말하기를 '용(龍)이 나타나 밭에 있으니 대인을 만남이 이롭다'고 함은 군주의 덕(德)이다.“
九三曰:「君子終日乾乾,夕惕若厲,无咎。」何謂也?子曰:「君子進德修業。忠信,所以進德也;修辭立其誠,所以居業也。知至至之,可與幾也。知終終之,可與存義也。
구삼효(九三爻)에 말하기를 “군자(君子)가 종일 마르도록 노력하고 저녁에도 위태한 듯이 두려워해야 허물이 없다.”는 무슨 말인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덕으로 나아감을 업(業)으로 닦는다. 충실함과 진실함[忠信]은 덕(德)에 나아가는 까닭이고, 말을 닦아서 그[忠信]를 성실하게 세움이 업(業)에 거주하는 까닭이다. 이르를 데를 알고 이르러 가면 기미(幾微)에 함께 할 수 있고, 마침을 알고 마침으로 가면 옳음을 함께 보존할 수 있다.
【王弼 注】 處一體之極,是至也。居一卦之盡,是終也。處事之至而不犯咎,知至者也。故可與成務矣。處終而能全其終,知終者也。夫進物之速者,義不若利,存物之終者,利不及義。故靡不有初,鮮克有終。夫可與存義者,其唯知終者乎。
【왕필 주】 처함이 한 몸[下體]의 끝이니 이는 이르름[至]이다. 한 괘[下卦]의 다함에 거주이니 이는 마침[終]이다. 일의 지극함에 처하면서 허물을 범하지 않으니 이르름[至]을 아는 것이기 때문에 더블어 힘써 이룰 수 있으며, 마침[終]에 처하여서는 그 마침을 온전하게 잘하여 마침[終]을 아는 것이다. 대저 사물의 빨리 나아가는 것은 옳음이 이로움과 같지 않고 사물이 마침[終]을 보존하는 것은 이로움이 옳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있지 않음이 없지만 마침[終]이 있음을 이기기는 드물다. 대저 옳음에 더블어 있을 수 있는 자는 오직 마침[終]을 아는 자 인가?
是故居上位而不驕,在下位而不憂。
이렇기 때문에 윗 자리에 머물더라도 교만하지 않고, 아랫 자리에 있더라도 근심하지 않는다.
【王弼 注】 居下體之上,在上體之下,明夫終敝,故不驕也;知夫至至,故不憂也。
【왕필 주】 아래 몸[괘]의 위에 머물고 윗 괘의 아래에 있으니 대저 마침이 해짐은 밝기 때문에 교만하지 않고, 대저 이르름이 지극함을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는다.
故乾乾因其時而惕,雖危无咎矣。
때문에 마르고 닳도록 그 때를 따라서 조심한다면 비록 위태하더라도 허물이 없다.
【王弼 注】 惕,怵惕之謂也。處事之極,失時則廢,懈怠則曠。故因其時而惕,雖危无咎。
【왕필 주】 (惕:두려워할 척)은 두려워 조심함을 일컫는다. 일의 끝에 처하여 때를 잃으면 폐하고 몹시 게으르면 비우기 때문에 그 때에 따라서 조심하면 비록 유ㅣ태해도 허물은 없다.
九四曰:「或躍在淵,无咎。」何謂也?子曰:「上下无常,非為邪也;進退无恒,非離群也。君子進德修業,欲及時也,故无咎。」
구사효(九四爻)에 말하기를 "연못에 있으면서 뛰어오르면 허물이 없다"라고 하였는데, 무슨 말인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올라가고 내려감이 일정함이 없음은 간사(奸邪)함을 하려함이 아니며, 나아가고 물러남에 항상함이 없음은 무리를 떠나려함이 아니다. 군자가 덕(德)에 나아가고 업[業]을 닦음은 그 때에 맞게 미치기를 바람이다, 그러므로 허물이 없다.
九五曰:「飛龍在天,利見大人。」何謂也?子曰:「同聲相應,同氣相求;水流濕、火就燥、雲從龍、風從虎。聖人作而萬物覩,本乎天者親上,本乎地者親下.則各從其類也。」
구오효(九五爻)에 말하기를 "나는 용(龍)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大人)을 만남이 이롭다"고 하였눈데 무슨 말인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를 구허며, 물은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마른 곳으로 타 들어간다. 구름은 용(龍)을 좇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 성인(聖人)이 지으면 만물이 우러러 보고, 하늘에 근본한 자는 위에 친하고, 땅에 근본한 자는 아래에 친하므로 각기 그 류(類)를 따른다."
上九曰:「亢龍有悔」何謂也?子曰:「貴而无位,高而无民。
상구효(上九爻)에 말하기를 "높이 올라간 용이니 후회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는데 무슨 말인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높지만 백성이 없다는 것이다.
【王弼 注】 下无陰也。
【왕필 주】 하괘에 음이 없다.
賢人在下位而无輔,
현인(賢人)이 아래 자리에 있으면서 도움이 없다.
【王弼 注】 賢人雖在下而當位,不為之助。
【왕필 주】 현인이 비록 아래 자리에 있으나 마땅한 자리이니, 도움을 해 주지 않는다.
是以動而有悔也。」
이로써 움직이면 후회가 있음이다."라고 하셨다.
【王弼 注】 處上卦之極而不當位,故盡陳其闕也。獨立而動物莫之與矣。《乾.文言》首不論乾而先說元,下乃曰乾,何也?夫乾者統行四事者也。君子以自強不息,行此四者,故首不論乾而下曰「乾,元亨利貞」。餘爻皆說龍,至於九三獨以君子為目,何也?夫易者象也。象之所生,生於義也。有斯義,然後明之以其物,故以龍敘乾,以馬敘坤,隨其事義而取象焉。是故初九、九二,龍德皆應其義,故可論龍以明之也。至於九三「乾乾夕惕」,非龍德也,明以君子當其象矣。統而舉之,乾體皆龍,別而敘之,各隨其義。
【왕필 주】 윗 괘의 꼭대기에 처 하면서 자리가 합당하지 않기 때문에 그 빠진것[闕]을 모두 말했으며, 홀로 서서 움직이는 사물은 함께하는 이가 없다. 《건괘·문언(乾·文言)》에, 첫 머리에 건(乾)을 논하지 않고서 먼저 원(元)을 설명하고, 아래에 이에 건(乾)을 말했는데 어째서입니까?
대저 건(乾)이라는 것은 행하는 네가지 일을 통솔하는 것이다. 군자는 그로서 스스로 힘써서 쉬지 않고 이 네가지 것들을 행하기 때문에 머리를 건(乾)을 논하지 않고서 아래에 말하기를 '건(乾)은,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 했다. 나머지 효는 모두 용(龍)을 설명하고 구삼(九三)에 이르러 홀로 군자를 조목(條目)함은 무엇인가? 대저 역(易)이란 것은 상(象)이다. 상(象)이 생겨나는 것은 뜻[義]에서 생겨난다. 이 뜻이 있은 연후에 그 사물이 밝아 지기 때문에 용(龍)으로서 건괘를 펼치고 말[馬]로서 곤괘를 펼치며 그 일의 뜻[義]을 따라서 그것의 상(象)을 취한다. 이 때문에 초구(初九)와 구이(九二)는 용(龍)의 덕이 모두 그 뜻[義]에 응하기 때문에 용(龍)을 논하여서 밝아 지게 할 수 있다. 구삼(九三)에 이르러 ‘마르도록 부지런하고 저녁에도 조심한다’는 용(龍)의 덕이 아니고 군자가 그 상(象)을 마땅함으로서 밝힘이다. 거느리고서 들어주는데, 건괘의 몸체는 모두 용(龍)이며 별도로 그것을 펼침은 각자 그 뜻[義]을 따른다.
潛龍勿用,下也。見龍在田,時舍也。 終日乾乾,行事也。 或躍在淵,自試也。 飛龍在天,上治也。 亢龍有悔,窮之災也。 乾元用九,天下治也。
잠긴 용이니 쓰지 말라 함은 아래 있음이고, 나타난 용이 밭에 있음은 때맞게 버림이며, 종일 마르도록 힘씀은 일을 행함이고, 혹 연못에 있으면서 뛰어오름은 스스로 시험함이며, 나는 용이 하늘에 있음은 위에서 다스림이고, 높은데 용이니 후회가 있음은 끝가지 간 재앙이다. 건원(乾元)이 구(九;陽)를 씀은 천하를 다스림이다.
【王弼 注】 此一章全以人事明之也。九,陽也。陽,剛直之物也。夫能全用剛直,放遠善柔,非天下至理,未之能也。故乾元用九,則天下治也。夫識物之動,則其所以然之理,皆可知也。龍之為德,不為妄者也。潛而勿用,何乎?必窮處於下也。見而在田,必以時之通舍也。以爻為人,以位為時,人不妄動,則時皆可知也。文王明夷,則主可知矣。仲尼旅人,則國可知矣。
【왕필 주】이 하나의 장(章)은 온전히 그로써 사람의 일을 밝힘이다. 구(九)는 양(陽)이다. 양(陽)은 굳세고 곧은 사물이다. 대저 굳세고 곧음을 온전하게 잘 쓰며, 착하고 부드러움을 멀리 추방하며, 천하의 이치에 이르지 않으면 아직 잘함은 아니다. 그러므로 건원(乾元)이 구(九;陽)를 씀은 천하를 다스림이다. 대저 만물의 움직임을 안다면 그의 그러한 이치의 까닭을 모두 알 수 있다. 용(龍)의 덕(德)함은 망령됨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잠겨있으니 쓰지 말라함은 무엇인가? 반드시 아래에 처하여 궁함이다. 나타나서 밭에 있음은 반드시 때를 통함으로써 버림이다. 효(爻)로써 사람을 삼고 자리(位)로써 때를 삼아서 사람이 망령되게 움직이지 않으면 때를 모두 알 수 있다. 문왕(文王)의 밝음이 상하였으면 주인[德]을 알 수 있고, 중니(仲尼)의 사람이 나그네되었으면 나라[德]를 알 수 있었다.
潛龍勿用,陽氣潛藏。 見龍在田,天下文明。 終日乾乾,與時偕行。
잠긴 용(龍)이니 쓰지 말라 함은, 양(陽)의 기운이 잠기어 감추어짐이다. 나타난 용(龍)이 밭에 있음은, 천하의 문화가 밝아짐이다. 종일 마르도록 힘씀은, 때에 더블어 함께 행함이다.
【王弼 注】 與天時俱不息。
【왕필 주】 하늘의 때와 더블어 갖추어 쉬지 않음이다.
或躍在淵,乾道乃革。 飛龍在天,乃位乎天德。 亢龍有悔,與時偕極。
혹 연못에 있으면서 뛰어오름은 건(乾)의 도가 이에 변혁(變革)함이다. 나는 용이 하늘에 있음은, 이에 하늘의 덕이 자리함이다. 높은 용이니 후회가 있음은, 때가 더블어 함께 다했음이다.
【王弼 注】 與時運俱終極。
【왕필 주】 때의 운을 갖춤을 마치는 끝가지 더블었다.
乾元用九,乃見天則。
건원(乾元)과 용구(用九)는 여기에 하늘의 법칙을 보임이다.
【王弼 注】 此一章全說天氣以明之也。九,剛直之物,唯乾體能用之,用純剛以觀天,天則可見矣。
【왕필 주】이 한 장(章)은 온전히 하늘의 기운으로서 밝혀 나감을 설명했다. 구(九)는 굳세고 곧은 사물인데 오직 건(乾)의 몸을 잘 사용하고 순수한 굳셈을 사용하여서 하늘을 보면 하늘의 법칙이 보일 수 있다.
乾元者,始而亨者也。利貞者,性情也。
건(乾)의 원(元)이란 것은, 시작하여서 올리는[亨] 것이다. 이로움[利]과 곧음[貞]이란 것은, 본성[性]과 마음[情]이다.
【王弼 注】 不為乾元,何能通物之始?不性其情,何能久行其正?是故始而亨者,必乾元也;利而正者,必性情也。
【왕필 주】 건(乾)이 원(元)을 하지 않고서, 어찌 사물의 시작에 잘 통하겠는가? 그 마음[情]이 본성이 아니라면, 어찌 그 바름을 오래 잘 행하겠는가? 이 때문에 시작하여서 올리는[亨] 것은, 반드시 건(乾)의 원(元)이고, 이롭고 바른 것은 반드시 본성[性]과 마음[情]이다.
乾,始能以美利利天下,不言所利,大矣哉!大哉,乾乎! 剛健中正,純綷精也。六爻發揮,旁通情也。時乘六龍,以禦天也。雲行雨施,天下平也。 君子以成德為行,日可見之行也。 潛之為言也,隱而未見,行而未成,是以君子弗用也。
건(乾)의 시작은 아름다운 이로움으로서 천하를 이롭게 하고, 이로운 바를 말하지 않으니 크도다!. 크도다, 건(乾)이여! 강하고 굳셈이 바로 적중하여 실정이 순수(純粹)하다. 여섯 효로 발휘함은 두루 실정에 통하게 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여섯 용을 타고 하늘을 난다. 구름이 움직이고 비가 내리니 천하가 태평해진다. 군자는 덕(德)을 이룸으로 행실을 삼는데 날마다 그 행함을 볼 수 있다. 잠(潛)을 말 함은 숨어서 아직 나타나지 않고, 행하더라도 아직 이루지 않음이다. 이것이 군자(君子)를 쓰지 않음이다.
君子,學以聚之、問以辯之、
군자는 배움으로 모으고, 물어서 분별하며,
【王弼 注】 以君德而處下體,資納於物者也。
【왕필 주】 군주의 덕(德)을 가지고서 몸을 아래에 처하여, 물자를 사물에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寬以居之、仁以行之。易曰:「見龍在田,利見大人。」君德也。
너그러움으로써 거주를 하고, 어짊으로써 행동을 한다. ≪주역(周易)≫에 말하였다. “나타난 용(龍)이 밭에 있으니 대인(大人)을 만나봄이 이롭다.”함은 군주의 덕(德)이다.
九三重剛而不中,上不在天,下不在田。故乾乾,因其時而惕,雖危无咎矣。
구삼효(九三爻)는 굳셈이 거듭하면서 중(中)이 아니며, 위로 하늘에 있지 않고 아래로는 밭에 있지 않기 때문에, 마르도록 노력하고 그 때를 말미암아 두려워하면 비록 위태하더라도 허물이 없다.
九四重剛而不中,上不在天,下不在田,中不在人,故或之。或之者,疑之也,故无咎。
구사효(九四爻)는 굳셈이 거듭하면서 중(中)의 자리가 아니며 위로는 하늘에 있지 않고 아래로는 밭에 있지 않으며 가운데 사람으로 있지 못하기 때문에 혹(或)여 한다. 혹(或)여 하는 것은 의심을 하기 때문에 허물이 없다.
夫大人者,與天地合其德,與日月合其明,與四時合其序,與鬼神合其吉凶。先天而天弗違,後天而奉天時,天且弗違,而況於人乎?況於鬼神乎?
무릇 대인(大人)이란 자는 천지(天地)와 더블어 그 덕(德)을 합(合)하고, 일월(日月)과 더블어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四時)와 더블어 그 차례를 합하고, 귀신(鬼神)과 더블어 그 길흉(吉凶)을 합한다. 하늘에 먼저하더라도 하늘이 어기지 않으며, 하늘보다 뒤에 하면 천시(天時)를 받들고 하늘 조차 어기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일까, 하물며 귀신에게 있어서 이겠는가?
亢之為言也,知進而不知退,知存而不知亡,知得而不知喪。其唯聖人乎,知進退存亡而不失其正者,其唯聖人乎!
높이 올라감[亢]의 말을 하면, 나아감은 알면서 물러남을 알지 못하고, 존재[存]함은 알면서 없어짐[亡]은 알지 못하며, 얻음은 알면서 잃음은 알지 못함이다. 오직 성인(聖人)이라면, 나아가고 물러남과 존재하고 없어짐을 알면서 그 올바름을 잃지 않는 자인데, 그는 오직 성인(聖人)이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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