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필 주역주
○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자는 보사(輔嗣)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찍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63. 기제괘(旣濟卦)[卦象:수화기제]
☵ 坎上
☲ 離下
리(離)[火.불]가 아래에 있고, 감(坎)[水.물]이 위에 있다.
既濟,亨, 小利貞。初吉終亂。
기제(旣濟)는 형통함이 작으니 곧아야 이로우며, 처음은 길하고 마침에는 어지럽다.
《彖》曰:既濟亨,小者亨也。
《단전(彖傳)》에서 말하였다. “이미 구제(救濟)하여 형통함은, 작은 것[소인]도 형통함이다.
【王弼 注】 既濟者,以皆濟為義者也。小者, 不遺乃為皆濟,故舉小者以明既濟也。
【왕필 주】기제(既濟)라는 것은, 모두 구제하였음을 가지고 뜻을 삼은 것이다. 소(小)라는 것은 남기지 않고 비로소 모두 구제(救濟)하였기 때문에 작은 것을 들어서 그로써 이미 구제하였음을 밝힌 것이다.
利貞,剛柔正而位當也。
곧음이 이로움은, 굳셈과 부드러움이 바르면서 자리가 마땅함이다.
【王弼 注】 剛柔正而位當,則邪不可以行矣,故唯正乃利貞也。
【왕필 주】굳셈과 부드러움이 바르면서 자리가 마땅하면 간사함이 행해질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오직 바로잡아야 비로소 곧음이 이롭다.
初吉,柔得中也。終止則亂,其道窮也。
처음에 길함은 부드러움이 가운데를 얻었음이고, 마침에서 그치면 어지러움은 그 도(道)가 궁함이다.
【王弼 注】 柔得中,則小者亨也。柔不得中,則小者未亨。小者未亨,雖剛得正,則為未既濟也。故既濟之要,在柔得中也。以既濟為安者,道極無進,終唯有亂,故曰初吉終亂。終亂不為自亂,由止故亂,故曰終止則亂也。
【왕필 주】부드러움이 가운데를 얻으면 작은 것이 형통하고, 부드러움이 가운데를 얻지 못하면 작은 것이 형통하지 못하다. 작은 것이 형통하지 못하면 비록 굳셈이 바름을 얻어도 이미 구제(救濟)함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기제(旣濟)의 요점은 부드러움이 가운데[中]를 얻었음에 있다. 기제(旣濟)가 편안한 것을 삼음으로써 도(道)의 꼭대기가 나아감이 없어서 마침에만 오직 어지러움이 있기 때문에 “처음은 길하고 마침에는 어지럽다.”라고 말했다. 마침이 어지러움은 스스로를 어지럽게 함이 아니고 그침의 연고(緣故)를 말미암아 어지럽기 때문에 "마침에서 그치면 어지럽다."라고 말했다.
《象》曰:水在火上,既濟,君子以思患而豫防之。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물이 불 위에 있음이 기제(旣濟)인데, 군자가 그로써 환난(患難)을 생각하면서 미리 방비를 한다."
【王弼 注】 存不忘亡,既濟不忘未濟也。
【왕필 주】존재함은 없어짐을 잊지 않으니, 기제(既濟)는 미제(未濟)를 잊어버리지 않음이다.
初九,曳其輪,濡其尾,无咎。
초구(初九)는 그 수레바퀴를 끄는데 꼬리를 적시지만 허물은 없다.
【王弼 注】 最處既濟之初,始濟者也。始濟未涉於燥,故輪曳而尾濡也。雖未造易,心无顧戀,志棄難者也。其於義也,无所咎矣。
【왕필 주】가장 기제(既濟)의 처음에 처하며 구제를 시작하는 자이다. 구제함을 시작했지만 아직 마른데에 건너지 못했기 때문에 수레 바퀴를 끌면서 꼬리를 적신다. 비록 평탄함을 짓지는 못했으나 마음은 그리워하고 돌아봄이 없어서 뜻함이 어려움을 버리는 자이니, 그 의리에는 허물하는 바가 없다.
《象》曰:曳其輪,義无咎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수레바퀴를 끎은, 의리에 허물이 없음이다."
六二,婦喪其茀,勿逐,七日得。
육이(六二)는 부인이 그 머리꾸미개를 잃었는데, 쫓아가지 말라, 칠일 만에 얻는다.
【王弼 注】 居中履正,處文明之盛,而應乎五,陰之光盛者也。然居初三之間,而近不相得,上不承三,下不比初。夫以光盛之陰,處於二陽之間,近而不相得,能无見侵乎?故曰喪其茀也。稱婦者,以明自有夫而它人侵之也。茀,首飾也。夫以中道執乎貞正,而見侵者,眾之所助也。處既濟之時,不容邪道者也。時既明峻,眾又助之,竊之者逃竄而莫之歸矣。量斯勢也,不過七日,不須己逐,而自得也。
【왕필 주】가운데에 거주하며 바른데[正]를 밟고 문명의 성함에 처하면서 구5(九五)에 응(應)하니 음(陰)의 빛이 성대한 자이다. 그러나 초구(初九)와 구3(九三)의 사이에 거주하면서 가까운데도 서로 얻지 못하고 위로는 구3(九三)을 받들지 않고 아래로는 초구(初九)와 친하지 않다. 그[六二]는 빛이 성한 음(陰)으로써 두 양(陽)의 사이에 처하여 가까우면서도 서로 [뜻을] 얻지 못하니 침탈을 잘 당함이 없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머리꾸미개를 잃었다.”라고 말한 것이다. 부인을 칭한 것은, 그로써 스스로 남편이 있음을 밝혀서 타인이 침탈을 하였음이다. 불(茀, 풀 우거질 불)은 머리꾸미개이다. 그[六二]는 중도(中道)로써 곧고 바름을 지키는데도 침탈을 당한 것은, 무리가 도와주는 바이지만, 기제(旣濟)의 때에 처하여 간사한 도(道)를 용납하지 않은 자이기 때문이다. 때가 이미 밝음이 높고 여럿이 또 도와주어서 도둑질한 자가 도망가 숨어서 돌아오지 못한다. 이 형세를 헤아려보면 7일을 지나지 않고 결국 자기가 쫓아가지 않더라도 스스로 얻을 것이다.
《象》曰:七日得,以中道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칠일 만에 얻음은, 가운데 도[中道]로써 했음이다."
九三,高宗伐鬼方,三年克之,小人勿用。
구삼(九三)은 고종(高宗)이 귀방(鬼方)을 정벌하여 삼년 만에 이겼는데, 소인(小人)은 쓰지 말아야 한다.
【王弼 注】 注云:處既濟之時,居文明之終,履得其位,是居衰末而能濟者,故伐鬼方三年乃克也*。君子處之,故能興也,小人居之,遂喪邦也。
*「故伐鬼方三年乃克」或作「故高宗伐鬼方三年乃克」。
【왕필 주】기제(既濟)의 때에 처하고, 문명의 끝에 거주하며, 밟은데가 그 지위를 얻었음은, 바로 쇠약해지는 끝에 거주하여서 잘 구제하는 자이기 때문에 귀방(鬼方)을 정벌하여 삼년 만에 마침내 이겼음이다. 군자가 처하였기 때문에 잘 흥하고 소인이 거주를 하면 드디어 나라를 잃음이다.
《象》曰:三年克之,憊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삼년 만에 이겼음은, 고단함이다."
六四,繻有衣袽,終日戒。
육사(六四)는 [배가 물이 새어] 젖으니 옷과 헌옷을 가지고 종일 경계한다.
【王弼 注】 繻宜曰濡。衣袽,所以塞舟漏也。履得其正,而近不與三五相得。夫有隙之棄舟而得濟者,有衣袽也。鄰於不親而得全者,終日戒也。
【왕필 주】유(繻, 고운 명주 유)는 마땅히 유(濡, 적실 유)를 말함이고, 옷과 헌옷[衣袽]은 배가 물이 새는 데를 막는 까닭이다. 밟은데가 그 바름을 얻었는데도 가까운 구3(九三)과 구5(九五)와 더블어 서로 얻지 못하니, 그 틈이 있는 배를 버려야 하는데도 건넘[濟]을 얻는 것은 옷과 헌옷이 있어서이다. 이웃이 친하지 않음에도 온전함을 얻는 것은 종일 경계해서이다.
《象》曰:終日戒,有所疑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종일 경계함은, 의심할 바가 있어서이다.”
九五,東鄰殺牛,不如西鄰之禴祭,實受其福。
구오(九五)는 동쪽 이웃이 소를 잡았는데도 서쪽 이웃이 검소한 제사를 지내고 그 복을 알차게 받음만 못하다.
【王弼 注】 牛,祭之盛者也。禴,祭之薄者也。居既濟之時,而處尊位,物皆濟矣。將何為焉?其所務者,祭祀而已。祭祀之盛,莫盛脩德,故沼沚之毛,蘋蘩之菜,可羞於鬼神。故黍稷非馨,明德惟馨。是以東鄰殺牛,不如西鄰之禴祭,實受其福也。
【왕필 주】소[牛]는 제사가 성(盛)한 것이고, 약(禴)은 제사가 박(薄)한 것이다. 기제(既濟)의 때에 거주하면서 높은 자리에 처하며 사물을 모두 구제함이다. 장차 어찌 그것을 하겠는가? 그 힘쓸 바라는 것은 제사일 뿐이다. 제사의 성(盛)함은 덕(德)을 닦음보다 성함이 없기 때문에 연못과 물가의 물풀[芼]과 개구리밥과 산흰쑥의 나물을 귀신에게 올릴 수 있다. 그러므로 기장과 피가 향기로움이 아니고 밝은 덕(德)이 오직 향기로움이다. 이로써 동쪽 이웃이 소를 잡았는데도 서쪽 이웃이 검소한 제사를 지내고 그 복을 알차게 받음만 못함이다.
《象》曰:東鄰殺牛,不如西鄰之時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동쪽 이웃이 소를 잡음은, 서쪽 이웃의 [제사가] 때맞음만 못하며,
【王弼 注】 在於合時,不在於豐也。
【왕필 주】[제사는] 때에 부합함에 있지만 풍성함에 있지는 않음이다.
實受其福,吉大來也。
그 복을 알차게 받음은, 길함이 크게 옴이다.
上六,濡其首,厲。
상육(上六)은 그 머리를 적시니 위태롭다.
【王弼 注】 處既濟之極,既濟道窮,則之於未濟,則首先犯焉。過進不已*,則遇於難,故濡其首也。將沒不久,危莫先焉。
*「過進不已」或作「過而不已」。
【왕필 주】기제(既濟)의 꼭대기에 처하며 기제(既濟)의 도(道)를 다하면 미제(未濟)에 가는데 곧 머리가 그곳을 먼저 범한다. 지나치게 나아가고 그치지 않으면 어려움을 만나기 때문에 그 머리를 적신다. 장차 오래하지 않아 빠지니 위태함이 그보다 앞서는게 없다.
《象》曰:濡其首厲,何可久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그 머리를 적셔서 위태로움은, 어찌 오래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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