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필 주역주
○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자는 보사(輔嗣)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찍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37. 가인괘(家人卦)[卦象:풍화가인]
☴ 巽上
☲ 離下
리(離)[火.불]가 아래에 있고, 손(巽)[風.바람]이 위에 있다.
家人,利女貞。
가인(家人)은 여자가 곧아야 이롭다.
【王弼 注】 家人之義,各自脩一家之道,不能知家外他人之事也。統而論之,非元亨利君子之貞,故利女貞。其正在家內而已。
【왕필 주】집안 사람([家人]의 옳음은 각각 스스로 한 집안의 도(道)를 닦지만, 집안 밖에 타인의 일은 잘 알지 못함이다. 통합하여서 논하면 군자의 곧음이 근본이 형통한 이로움이 아니기 때문에 '여자가 곧아야 이롭다.'라고 했으니, 그 바름은 집안 안에 존재 할 뿐이다.
《彖》曰:家人,女正位乎內,
《단전(彖傳)》에서 말하였다. "집안 사람[家人]은 여자가 안에서 지위를 바로잡고,
【王弼 注】 謂二也。
【왕필 주】육2(六二)를 말함이다.
男正位乎外,
남자는 밖에서 지위를 바로잡으며,
【王弼 注】 謂五也。家人之義,以內為本,故先說女也。
【왕필 주】구5(九五)를 말함이다. 집안 사람[家人]의 뜻은 안으로써 근본을 삼기 때문에 먼저 여자를 말하였다.
男女正,天地之大義也。家人有嚴君焉,父母之謂也。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而家道正,正家而天下定矣。
남자와 여자가 바로잡음이 천지(天地)의 큰 뜻이다. 집안 사람[家人]은 그곳에 엄한 군주가 있는데, 부모를 말함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며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아우며 남편은 남편답고 부인은 부인다워야 집안의 도(道)가 바르고, 집안이 바르면서 천하가 안정된다."
《象》曰:風自火出,家人。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바람이 불로부터 나옴이 가인(家人)괘이니,
【王弼 注】 由內以相成,熾也。
【왕필 주】 안으로 말미암아 그로써 서로 왕성함을 이룸이다.
君子以言有物而行有恒。
군자가 그로써 말은 남[사물]이 있고 행함은 일상함이 있게 한다."
【王弼 注】 家人之道,脩於近小而不妄也。故君子以言必有物而口无擇言,行必有恒而身无擇行。
【왕필 주】집안 사람[家人]의 도(道)는, 가까이 작음을 닦아야 망령되지 않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로써 말은 반드시 남[사물]이 있게 하여서 입이 버릴[가릴] 말이 없으며, 행함은 반드시 항상함이 있게 하여서 자신이 버릴[가릴] 행실이 없다.
初九,閑有家,悔亡。
초구(初九)는 방한[防閑(禮法으로 막음)]이 집안에 있어야 후회가 없어진다.
【王弼 注】 凡教在初,而法在始。家瀆而後嚴之,志變而後治之,則悔矣。處家人之初,為家人之始,故宜必以閑有家,然後悔亡也。
【왕필 주】모든 가르킴은 초기에 있고 법(法)은 시작에 있다. 집안을 더럽힌 이후에 엄정히 하고 뜻이 변한 이후에 다스리려 한다면 후회하게 된다. 가인(家人)의 초기에 처하고 집안 사람의 시작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방한(防閑)함으로써 집안을 있게한 연후에 후회가 없어짐이 마땅하다.
《象》曰:閑有家,志未變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방한(防閑)하여 집안을 있게함은, 뜻이 아직 변치 않았음이다."
六二,无攸遂,在中饋,貞吉。
다스림[敒]이 없는데도 따름이 음식하는 중심에 있으니, 곧아야 길하다.
【王弼 注】 居內處中,履得其位,以陰應陽,盡婦人之正義。无所必遂,職乎中饋,巽順而已,是以貞吉也。
【왕필 주】안에 거주하고 가운데 처하며 그 지위를 얻어 밟고 음(陰)으로써 양(陽)에 응(應)하여 부인이 바른 뜻을 다함이다. 반드시 따르는 곳이 없는데도 음식하는 중심에 직책을 공손하게 순종할 뿐이니, 이로써 곧아야 길한 것이다.
《象》曰:六二之吉,順以巽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육2(六二)의 길함은, 부드러움을 가지고 공손함이다.”
九三,家人嗃嗃, 悔厲吉。婦子嘻嘻,終吝。
구삼(九三)은 집안 사람이 엄하고 혹독(酷毒)하면 위태함을 뉘우쳐서 길하지만, 부인과 자식이 희희덕거리면 마침은 부끄럽다.
【王弼 注】 以陽處陽,剛嚴者也。處下體之極,為一家之長者也。行與其慢,寧過乎恭,家與其瀆,寧過乎嚴,是以家人雖嗃嗃悔厲,猶得其道;婦子嘻嘻,乃失其節也。
【왕필 주】양(陽)으로써 양(陽)에 처하였으니 굳세고 엄격한 자이며, 아래 몸체[體]의 꼭대기에 처하였으니 한 집안의 어른이 된 자이다. 행실은 태만하기 보다는 차라리 공손이 지나침이 낫고, 집안을 더럽히기 보다는 차라리 엄정함이 지나침이 나으며, 이로써 집안 사람이 비록 엄하고 혹독(酷毒)하면 위태함을 후회하여 오히려 그 도(道)를 얻지만, 부인과 자식이 희희덕거리면 마침내 그 절도(節度)를 잃게 된다.
《象》曰:家人嗃嗃,未失也;婦子嘻嘻,失家節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집안 사람이 엄하고 혹독(酷毒)함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음이고, 부인과 자식이 희희덕거림은, 집안이 절도(節度)를 잃었음이다."
六四,富家大吉。
육사(六四)는 집안이 부유하니, 크게 길하다.
【王弼 注】 能以其富,順而處位,故大吉也。若但能富其家,何足為大吉?體柔居巽,履得其位,明於家道,以近至尊,能富其家也。
【왕필 주】그 부유함으로서 잘하고 순종하면서 지위에 처하기 때문에 크게 길하다. 만약 단지 그 집안 만 부유함을 잘 한다면 어찌 크게 길함이 넉넉하겠는가? 몸[體]이 부드러우며 겸손함에 거주하고 그 지위를 얻어 밟고 집안의 도(道)에 밝으며 지극히 높음에 가까움으로써 그 집안을 부유하게 잘한다.
《象》曰:富家大吉,順在位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집안이 부유하여 크게 길함은, 순종하며 지위에 있음이다."
九五,王假有家,勿恤,吉
구오(九五)는 왕의 축복(祝福)이 집안에 있으니 근심하지 말라, 길하다.
【王弼 注】 假,至也。履正而應,處尊體巽,王至斯道,以有其家者也。居於尊位,而明於家道,則下莫不化矣。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六親和睦,交相愛樂,而家道正。正家而天下定矣,故王假有家則勿恤而吉。
【왕필 주】가(假)는 지극함[至]이다. 바른 데를 밟고서 응(應)하고 높은데 처하고 공손한 몸이며 왕(王)이 이러한 도(道)에 지극하면 그로써 그 집안을 소유하는 자이다. 높은 지위에 거주하면서 집안의 도(道)에 밝으면 아랫사람들이 교화되지 않음이 없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며 형은 형답고 동생은 동생다우며 남편은 남편답고 부인은 부인다워서 여섯 친척이 화목하고 서로 아끼며 즐거이 사귀며 집안의 도(道)가 바르다. 집안이 바르면 천하가 안정된다, 그러므로 왕의 축복이 집안에 있으면 근심하지 않으면서 길함이다.
《象》曰:王假有家,交相愛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왕의 축복(祝福)이 집안에 있음은, 서로 사랑을 주고 받음이다.”
【石潭 案】 : “하(假)” 는 『예기』 《禮運》의 ‘정현 주(注)’에 ”嘏,本或作假[‘하’는 원본에 혹 하(假:멀 하)로 쓰였다]라고 하였으며 “嘏,祝為屍致福於主人之辭也[‘하’는 축(祝)을 하여서 주인의 말에 시신의 복이 이르도록 함이다]라고 하였다. 하(假)는 하사(嘏辭)를 뜻하며 제사를 지낼 때에, 신(神)이 제주(祭主)에게 내리는 축복(祝福)의 말이다.
上九,有孚威如,終吉。
상구(上九)는 믿음이 있고 위엄이 있으면 마침은 길하다.
【王弼 注】 處家人之終,居家道之成,刑于寡妻,以著于外者也,故曰有孚。凡物以猛為本者,則患在寡恩;以愛為本者,則患在寡威。故家人之道,尚威嚴也。家道可終,唯信與威,身得威敬,人亦如之。反之於身,則知施於人也。
【왕필 주】가인(家人)괘의 마침에 처하고 집안 도(道)가 이루어짐에 거주하며 아내에게 모범이 되어 그로써 밖에 드러난 자이다, 그러므로 “믿음이 있다”라고 말을 하였다. 모든 사물이 사나움으로써 근본을 삼는 자라면, 근심이 은혜가 적음에 있고, 사랑으로써 근본을 삼는 자라면, 근심이 위엄이 적음에 있기 때문에 집안 사람들의 도(道)가 오히려 위엄(威嚴)을 숭상한다. 집안의 도(道)를 마칠 수 있음은 오직 믿음과 위의(威儀)인데 자신이 위엄(威嚴)과 공경(恭敬)을 얻으면 남들도 또한 그와 같으며, 자신에 돌이켜 보면 남에게 베풀어야함을 안다.
《象》曰:威如之吉,反身之謂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위엄(威嚴) 있어 길함은, 자신에게 돌이켜 봄을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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