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경 왕필주(王弼注)
◎ 도덕경(道德經) 20장
絶學無憂.
唯之與阿, 相去幾何?
善之與惡, 相去何若?
人之所畏, 不可不畏.
荒兮其未央哉!
衆人熙熙, 如亨太牢, 如春登臺.
我獨泊兮其未兆, 如嬰兒之未孩.
乘乘兮若無所歸.
衆人皆有餘而我獨若遺. 我愚人之心也哉!
沌沌兮俗人昭昭.
我獨昏昏, 俗人察察. 我獨悶悶, 忽兮若晦.
寂兮似無所止.
衆人皆有以而我獨頑似鄙. 我獨異於人而貴食母.
배움을 끊어야 근심이 없어진다.
‘예’라고 하는 것과 ‘응’이라 함이 서로 차이가 얼마인가?
‘선’을 행함과 ‘악’함이 서로 차이가 어찌 같은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바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황량하게도, 가운데가 아니구나!
여러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태뢰에 제사 지내듯 하고, 봄에 누대에 오르듯 하는구나.
나 홀로 머무는데 그 조짐이 없어서, 젖먹이와 같으니 아직 어린이가 아니구나.
타고 또 탔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듯 하구나.
여러 사람들이 모두 여유가 있는데 나 홀로 버려진 듯 함은 내가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이로다!
엉키고 엉켰는데, 세상 사람들은 밝고 밝구나.
나 홀로 어두운데 세상 사람들은 자세하고, 나 홀로 답답하니 홀연히 그믐인듯 하구나.
적막함이, 그칠곳이 없는것 같구나
여러 사람들이 모두 그로서 있지만 나 홀로 완고하게 촌사람을 닮았다. 나 홀로 남들과 달리 하지만 어머니의 도를 귀하게 사용한다.
◎ 도덕경 20장/왕필(王弼)注
○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풍부한 재능을 타고 났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하안과 함께 위진(魏晉) 현학(玄學, 老莊學)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絕學無憂,唯之與阿,相去幾何? 善之與惡,相去若何? 人之所畏,不可不畏。
<배우기를 끊으면 근심이 없다. ‘예’를 하는 것과 ‘응’함이 서로 차이가 그 얼마인가? ‘선’을 행함과 ‘악’함은 서로 떠났는데 어찌 같은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바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王弼 注】 下篇,為學者日益,為道者日損。然則學求益所能,而進其智者也,若將無欲而足,何求於益? 不知而中,何求於進? 夫燕雀有匹,鳩鴿有仇,寒鄉之民,必 知旃裘,自然已足,益之則憂。故續鳧之足,何異截鶴之頸,畏譽而進,何異畏刑。唯阿美惡,相去若何?故人之所畏,吾亦異焉,未敢恃之以為用也。
【왕필 주】 아래 편[도덕경48편]에 "배움을 하면 날로 더해지고 도를 하면 날로 줄어든다[爲學日益, 爲道日損]."라고 하였는데 그러한즉 배움은 더해짐이 잘하는 바를 구하면서 그 지혜로운 것에 나아가는데, 장차 만약 바램이 없으면서 충분하다면, 어찌 더해짐을 구하겠는가? 알지 못하는데 가운데이면 어찌 나아가서 구하겠는가?
저 제비와 참새는 짝함이 있고 집비둘기와 산비둘기는 원수함이 있으니, 추운 마을의 백성은 반드시 깃털 가죽옷을 아는데 이미 스스로 그러함이 충분하니 더하려 한다면 근심이 된다. 그러므로 오리의 발을 이어붙이고 학의 다리를 잘라냄과 무엇이 다르며 명예를 두려워 하여서 나아가면 형벌을 두려워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예라고 함과 응이라 함 그리고 찬미함과 미워함이 서로 차이가 얼마이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이 두려워 하는 바를 나 또한 그것에 다르게 감히 아직 의지하여서 쓰게 된다.
荒兮其未央哉!
<황량함이여, 아직 가운데가 아니구나! >
【王弼 注】 歎與俗相返之遠也。
【왕필 주】 풍속이 더블어 서로 반대로 멀어짐을 탄식함이다.
眾人熙熙,如享太牢,如春登臺。
<여러 사람이 밝게 즐거워함이, 태뢰에 제사 지내는 듯 하고, 봄에 누대에 오르는 듯 하구나.>
【王弼 注】 眾人迷於美進,惑於榮利,欲進心競,故熙熙如享太牢,如春登臺也。
【왕필 주】 여러 사람이 찬미하여 나아감에 빠지고 영화로운 이로움을 의심하며 마음을 다투어 나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에 밝게 즐거워함이, 태뢰에 제사 지내는 듯 하고, 봄에 누대에 오르는 듯 함이다.
我獨泊兮其未兆,如嬰兒之未孩;
<나 홀로 머무는데, 아직 조짐이 없으니, 젖먹이가 아직 어린이는 아닌 듯 하다. >
【王弼 注】 言我廓然,無形之可名,無兆之可舉,如嬰兒之未能孩也。
【왕필 주】 나는 커서, 모양을 이름 할 수 없고, 조짐을 들어 줄 수가 없으니 젖먹이는 아직 어린이를 잘 하지 못하는 듯 함을 말함이다.
儽儽兮,若無所歸。
<지치고 지쳤는데, 돌아 갈 곳 없는 듯 하구나. >
【王弼 注】 若無所宅。
【왕필 주】 집 할 곳이 없는 듯함이다.
眾人皆有餘,而我獨若遺,
<여러 사람이 모두 여유가 있는데 나 홀로 버림받은 듯 함은 >
【王弼 注】 眾人無不有懷有志,盈溢胸心,故曰,皆有餘也。我獨廓然,無為無欲,若遺失之也。
【왕필 주】 여러 사람이 품고 뜻함이 있지 않음이 없고, 가슴속 마음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말하기를 "모두 남음이 있다."라고 했다. 나 홀로 확연함은 함이 없고 바램이 없으며 남겨져 잃어버린 듯함이다.
我愚人之心也哉!
<나의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이로다! >
【王弼 注】 絕愚之人,心無所別析,意無所美惡,猶然其情不可睹,我頹然若此也。
【왕필 주】 어리석음을 끊은 사람은, 마음을 구별하여 쪼개는 바 없고 뜻을 찬미하고 미워하는 바 없으며 오히려 그러한 감정을 볼 수 없으니 나의 퇴연함[맥없이 쓰러짐]이 이와 같았다.
沌沌兮,
<엉기어 뭉쳤구나, >
【王弼 注】 無所別析,不可為名。
【왕필 주】 구별하여 쪼개는 바 없어서 이름을 할 수 없음이다.
俗人昭昭,
<세상 사람들은 빛나는데 >
【王弼 注】 耀其光也。
【왕필 주】 그 빛이 빛남이다.
我獨若昏; 俗人察察,
<나는 홀로 어두운 듯 하고; 세상 사람들은 아주 자세한데 >
【王弼 注】 分別別析也。
【왕필 주】 구별하여 나누고 짤라서 구별함이다.
我獨悶悶。澹兮其若海,
<나 홀로 답답하고 답답하다. 고요함이 그 바다인 듯 한데, >
【王弼 注】 情不可睹。
【왕필 주】 감정을 볼 수 없음이다.
飂兮若無止。
<센 바람은 그칠데가 없는 듯 하구나.>
【王弼 注】 無所繫縶。
【왕필 주】 묶어서 멜 곳이 없음이다.
眾人皆有以,
<사람들은 저마다 쓰임이 있는데 >
【王弼 注】 以,用也。皆欲有所施用也。
【왕필 주】 이(以)는 쓰임이다. 모두 배풀어 쓰는 곳이 있기를 바람이다.
而我獨頑似鄙;
<나 홀로 완고(頑固)하여 촌스러움을 닮았으며; >
【王弼 注】 無所欲為,悶悶昏昏,若無所識,故曰,頑且鄙也。
【왕필 주】 하기를 바라는 바 없고 매우 답답하고 매우 어두워서 아는 바 없는 듯 하기 때문에 말하기를 "완고하고 또 비천하다."라고 했다.
我獨異於人,而貴食母。
<나 홀로 남들과 달라서 귀한 어머니의[道를] 먹는다.>
【王弼 注】 食母,生之本也。人者皆棄生民之本,貴末飾之華,故曰,我獨欲異於人。
【왕필 주】 식모(食母)는 삶의 근본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 백성이 살아가는 근본을 버리고, 말단을 화려하게 꾸밈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말하기를 "나 홀로 남들과 다르기를 바란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