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 서명도(西銘圖)
≪서명도(西銘圖)≫는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1)이 1568년(선조 1)에 왕(王)에게 올린 상소문 ≪진성학십도차병도(進聖學十圖箚幷圖)≫의 두 번째 그림인데 중국 북송의 장재(張載, 1020-1077)의 〈서명(西銘)〉을 원(元)대에 정복심(程復心, 1279-1368)이 도식화한 그림이다.
◎ 第二西銘圖
乾稱父。坤稱母。予玆藐焉。乃混然中處。故天地之塞。吾其體。天地之帥。吾其性。民吾同胞。物吾與也。大君者。吾父母宗子。其大臣。宗子之家相也。尊高年。所以長其長。慈孤弱。所以幼其幼。聖其合德。賢其秀也。凡天下疲癃殘疾惸獨鰥寡。皆吾兄弟之顚連而無告者也。于時保之。子之翼也。樂且不憂。純乎孝者也。違曰悖德。害仁曰賊。濟惡者。不才。其踐形。惟肖者也。知化則善述其事。窮神則善繼其志。不愧屋漏爲無忝。存心養性爲匪懈。惡旨酒。崇伯子之顧養。育英才。穎封人之錫類。不弛勞而底豫。舜其功也。無所逃而待烹。申生其恭也。體其受而歸全者。參乎。勇於從而順令者。伯奇也。富貴福澤。將厚吾之生也。貧賤憂戚。庸玉女于成也。存吾順事。沒吾寧也。
朱子曰。西銘。程子以爲明理一而分殊。蓋以乾爲父。坤爲母。有生之類無物不然。所謂理一也。而人物之生。血脈之屬。各親其親。各子其子。則其分亦安得而不殊哉。一統而萬殊。則雖天下一家。中國一人。而不流於兼愛之蔽。萬殊而一貫。則雖親疎異情。貴賤異等。而不梏於爲我之私。此西銘之大旨也。觀其推親親之厚。以大無我之公。因事親之誠。以明事天之道。蓋無適而非所謂分立而推理一也。又曰。銘前一段如棊盤。後一段如人下棊。
○龜山楊氏曰。西銘。理一而分殊。知其理一。所以爲仁。知其分殊。所以爲義。猶孟子言親親而仁民。仁民而愛物。其分不同。故所施不能無差等耳。○雙峯饒氏曰。西銘前一節。明人爲天地之子。後一節。言人事天地。當如子之事父母也。
○右銘。橫渠張子所作。初名訂頑。程子改之爲西銘。林隱程氏作此圖。蓋聖學在於求仁。須深體此意。方見得與天地萬物爲一體。眞實如此處。爲仁之功。始親切有味。免於莽蕩無交涉之患。又無認物爲己之病。而心德全矣。故程子曰。西銘意極完備。乃仁之體也。又曰。充得盡時聖人也。
○ 제2 서명도(西銘圖)
건(乾)을 아버지라 일컫고, 곤(坤)을 어머니라 일컬으니, 나는 여기에 미소한 존재로 그 가운데 섞여 있다. 그러므로 천지에 가득 차 있는 것은 나의 몸이 되었고 천지를 이끄는 것은 나의 성(性)이 되었다. 백성은 나의 동포요, 만물은 나와 함께 있는 것이며, 대군(大君)은 내 부모의 종자(宗子)요, 대신(大臣)은 종자의 가상(家相)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높이는 것은 어른을 어른으로 섬기는 것이요, 외롭고 약한 이를 자애하는 것은 어린이를 어린이로 대하는 것이다. 성인은 천지와 덕을 합한 자요, 현인은 빼어난 자이며, 무릇 천하의 병들고 잔약한 사람들과 아비 없는 자식, 자식 없는 아비, 그리고 홀아비와 과부들은 모두 나의 형제 가운데 심한 환난을 당하여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이다.
이것을 보존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공경함이요, 즐거워하고 근심하지 않는 것은 효(孝)에 순(純)한 것이다. 어기는 것을 패덕(悖德)이라 하고, 인(仁)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며, 악한 일을 하는 자는 못난 사람이요, 형체가 생긴 대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자가 오로지 부모를 닮은 자이다.
조화를 알면 그 일을 잘 계승하고 신묘한 이치를 궁구하면 그 뜻을 잘 계승할 것이다.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 부모에게 욕됨이 없는 것이며, 마음을 보존하고 본성을 기르는 것이 부모를 섬기는 데 게으르지 않는 것이다. 맛 좋은 술을 싫어하는 것은 숭백(崇伯)의 아들 우(禹)가 부모의 봉양을 돌보는 것이요, 영재(英才)를 기르는 것은 영봉인(穎封人)이 효자의 동류를 만드는 것이다.
노고를 게을리하지 않고 부모를 마침내 기쁘게 한 것은 순(舜)의 공이요, 도망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린 것은 신생(申生)의 공손함이다. 부모에게 받은 몸을 온전히 하여 돌아간 자는 증삼(曾參)이요, 따르는 데 과감하고 명령에 순종한 자는 백기(伯奇)이다. 부귀와 복택(福澤)은 장차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요, 빈천과 근심 걱정은 너를 옥처럼 연마하여 완성시켜 주는 것이다. 나는 살아서는 순종하여 섬기고, 죽어서는 편안히 돌아가리라.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정자(程子)는 서명이 ‘이일분수(理一分殊)’를 밝힌 것이라고 하였다. 무릇 건으로 아버지를 삼고 곤으로 어머니를 삼는 것은,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그러하지 않음이 없으니, 이른바 ‘이일(理一)’이다. 사람과 만물이 태어남에 있어 혈맥을 지닌 무리는 각각 그 어버이를 어버이로 하고 그 자식을 자식으로 하니, 분수가 어찌 다르지 않겠는가. 하나로 통합되었으면서도 만 가지로 다르니 천하가 한 집이고 중국이 한 사람과 같다 하더라도 겸애(兼愛)하는 폐단에 흐르지 않고, 만 가지가 다른데도 하나로 관통하였으니 친근하고 소원(疎遠)한 정(情)이 다르고 귀하고 천한 등급이 다르다 하더라도 자기만을 위하는 사사로움에 국한되지 않으니, 이것이 서명의 대강의 뜻이다. 어버이를 친근하게 여기는 두터운 정을 미루어서 무아(無我)의 공심[公]을 기르고, 어버이를 섬기는 정성으로 하늘을 섬기는 도를 밝힌 것을 보면, 어디를 가도 이른바 분수가 서 있고 ‘이일’을 유추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였습니다. 또 그는 말하기를, “서명의 앞부분은 바둑판과 같고 뒷부분은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 구산 양씨(龜山楊氏)는 말하기를, “서명은 ‘이일분수’에 대한 것이다. ‘이일’임을 알기 때문에 인을 행하고, ‘분수’임을 알기 때문에 의(義)를 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맹자가 어버이를 친한 뒤에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한 뒤에 만물을 아낀다고 한 말과 같다. 그 분수가 같지 않기 때문에 베푸는 것이 차등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 쌍봉 요씨(雙峯饒氏)는 말하기를, “서명의 앞 1절(節)은 사람이 천지(天地)의 아들이 됨을 밝혔고, 뒤 1절은 사람이 천지를 섬기는 것을 마치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하였습니다.
○ 앞의 명은 횡거(橫渠) 장자(張子 장재(張載))가 지은 것입니다. 처음에 정완(訂頑)이라고 이름 붙였었는데, 정자가 고쳐서 서명이라 하였고, 임은 정씨(林隱程氏)가 이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대개 성학(聖學)은 인(仁)을 구하는 데 있습니다. 모름지기 이 뜻을 깊이 체득하여야 바야흐로 천지 만물과 더불어 일체가 됨이 진실로 이러하다는 경지를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을 실현하는 공부가 비로소 친절하고 맛이 있어서 망망(茫茫)하여 손댈 수 없는 걱정을 면할 것이요, 또 물(物)을 자기로 아는 병통도 없어져서 심덕(心德)이 온전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자는 말하기를, “서명은 뜻이 극히 완비되었으니, 곧 인의 체(體)이다.” 하고, 또 “이것이 가득 차서 다할 때에 성인이 된다.” 하였습니다.
○ 장재(張載, 1020-1077)
송나라 이학(성리학)을 창시한 오현[五賢: 주희(朱熹), 주렴계(周濂溪), 정명도, 정이천(程伊川), 장횡거(張橫渠)] 중 한 사람이다. 자는 자후(子厚)이고, 장횡거(張橫渠), 횡거선생(橫渠先生), 장자(張子)로 불리며, 북송의 대량(大梁, 지금의 開封) 사람인데, 횡거진(橫渠鎭)으로 이사해 살았기 때문에 횡거선생(橫渠先生)으로 불렸다. '이정(二程)'의 외종사촌이기도 한 그의 저작이 과거(科擧) 시험의 필독서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 자신은 1057년 진사(進士)에 급제한 뒤에 숭문원교서(崇文院校書) 등의 벼슬을 지냈다. 그는 우주의 근본이 기(氣)라고 생각하면서 사물의 대립적인 변화를 '둘이면서 하나[兩與一]'로 서로 의존적인 관계로 파악했다. 인식론에서는 '견문(見聞)의 지혜'와 '덕성(德性)의 지혜'를 구별하여 설명하면서 도덕의 수양과 인식 능력을 확충함으로써 '진성(盡性)'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류는 동포(同胞)이고 만물은 벗이니 사람과 만물의 본성은 하나라는 '민포물여(民胞物與)'를 주장하기도 했다. 저작으로 후세 사람들이 편찬한 『장재집(張載集)』이 남아 있으며, 시호(諡號)는 명공(明公)이다.
○ 쌍봉 요씨(雙峯饒氏)
요로(饒魯, 1293~1264)를 말한다. 중국 남송(南宋) 사람으로 자는 백여(伯輿) 또는 중원(仲元)이며, 호는 쌍봉(雙峰)이다. (朱熹-黃幹-饒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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