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경 25장/왕필주(王弼注)
▣ 도덕경 왕필주(王弼注)
◎ 도덕경(道德經) 25장
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寥兮, 獨立而不改,
周行而不殆. 可以謂天下母.
吾不知其名, 字之曰道,
强爲之名曰大.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故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물질[道]이 뒤섞여 이루어져, 하늘과 땅 보다 먼저 생겨났다.
고요하고 공허한데 홀로 서서 변하지 않고
두루 행하면서 위태하지 않으니 천하의 어미가 될 만하다.
내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여 글자를 붙여 도(道)라고 말하고
강제로 이름을 하여 '크다'라고 말했는데 커지면 가고,
가면 멀어지며 멀어지면 돌아오기 때문에 도가 큰데,
하늘이 크고 땅이 크며 왕 또한 크다.
나라 안에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왕이 그 가운데의 첫째[하나]로 머무른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 도덕경 25장/왕필(王弼)注
ㅡ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풍부한 재능을 타고 났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하안과 함께 위진(魏晉) 현학(玄學, 老莊學)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有物混成,先天地生。
<물질[道]이 뒤섞여 이루어져, 하늘과 땅 보다 먼저 생겨났다.>
【王弼 注】 混然不可得而知,而萬物由之以成,故曰混成也。不知其誰之子,故先天地生。
【왕필 주】 섞여 있어서 알 수가 없으면서 만물이 말미암아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섞여서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누구의 자식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과 땅 보다 먼저 생겨났음이다.
寂兮寥兮,獨立而不改,
<고요하고 공허한데, 홀로 서서 변하지 않고 >
【王弼 注】 寂寥,無形體也。無物之匹,故曰獨立也。返化終始,不失其常,故曰不改也。
【왕필 주】 적요(寂寥)는 몸의 모양이 없음이다. 만물은 짝이 없기 때문에 '홀로 섯다.'라고 말했다. 돌이켜 달라지고 마치면 사작하는데 그 일정함을 잃지 않기 때문에 '고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周行而不殆,可以為天下母。
<두루 행하면서 위태하지 않으니 천지의 어미가 될 만하다.>
【王弼 注】 周行無所不至而免殆,能生全大形也,故可以為天下母也。
【왕필 주】 두루 행함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면서 위태함을 면하고 온전히 큰 모양으로 잘 생겨난다, 그러므로 천하의 어미 됨을 할 수 있다.
吾不知其名,
<내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여 >
【王弼 注】 名以定形,混成無形,不可得而定,故曰,不知其名也。
【왕필 주】 이름으로서 모양을 정하지만 섞이어 이루어도 모양이 없으면 정함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이름을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字之曰道,
<글자를 붙여 도(道)라고 말하고 >
【王弼 注】 夫名以定形,字以稱可,言道取於無物而不由也。是混成之中,可言之稱最大也。
【왕필 주】 그 이름으로서 모양을 정하고 글자로서 일컬을 수 있는데 도는 물질이 없음에서 취하면서 말미암지 않음을 말함이다. 이 섞이어 이루어지는 가운데를 말하여 칭하기를 가장 크다라고 할 수 있다.
強為之名,曰大。
< 강제로 이름을 하여 '크다'라고 말했다.>
【王弼 注】 吾所以字之曰道者,取其可言之稱最大也。責其字定之所由,則繫於大,大有繫,則必有分,有分則失其極矣。故曰,強為之名曰大。
【왕필 주】 내가 글자를 붙인 바로서 '도'라고 말한 것은 그 말하여 칭할 수 있음을 취하여 가장 크다라고 한다. 그 글자를 정하여 말미암음을 책망한다면 커짐에 메달고, 커져서 메달림이 있다면 반드시 나누어짐이 있으며 나누어짐이 있으면 그 꼭대기를 잃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억지로 이름을 하여 '크다'고 말한다."라고 했다.
大曰逝,
<커지면 가고, >
【王弼 注】 逝,行也。不守一大體而已。周行無所不至,故曰逝也。
【왕필 주】 서(逝)는 행함이다. 큰 몸은 하나를 지키지 못할 뿐이다. 두루 행함은 이르지 않는 바가 없기 때문에 '서(逝)'라고 말했다.
逝曰遠,遠曰反。
< 가면 멀어지며, 멀어지면 돌아온다.>
【王弼 注】 遠,極也。周無所不窮極,不偏於一。逝故曰遠也,不隨於所適,其體獨立,故曰反也。
【왕필 주】 원(遠)은 꼭대기이다. 두루하면 꼭대기를 다하지 않는 바가 없으며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다. 가기 때문에 '멀다.'라고 말하고 가는 바에 따르지 않고 그 몸이 홀로 서기 때문에 '돌아온다.'라고 말한다.
故道大,天大,地大,王亦大。
<그러므로 도가 크고 하늘이 크며 땅이 크고 왕 또한 크다.>
【王弼 注】 天地之性,人為貴,而王是人之主也。雖不職大亦復為大與三匹,故曰,王亦大也。
【왕필 주】 하늘과 땅의 본성은 사람을 귀하게 하여서 왕이 이 사람의 주인이 된다. 비록 큼을 알지 못하고 또한 다시 네 짝[도,하늘,땅,왕]과 더블어 크게 되기 때문에 '왕 또한 크다.'라고 말했다.
域中有四大,
<나라 안에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
【王弼 注】 四大,道、天、地、王也。凡物有稱有名則非其極也,言道則有所由,有所由然後謂之為道,然則是道,稱中之大也,不若無稱之大也。無稱不可得而名曰域也,道天地王皆在乎無稱之內,故曰,域中有四大者也。
【왕필 주】 사대(四大)는 도(道), 하늘(天), 땅(地), 왕(王)이다. 모든 만물이 칭함이 있고 이름이 있다면 그의 꼭대기가 아니다, 도는 곧 말미암는 바 있는데, 말미암는 바가 있은 연후를 일컫기를 도라고 하며, 그러한 즉 이 도는 일컬은 가운데의 큰 것이며 칭함[이름 붙인]이 없는 것의 큰것 과는 같지 않다. 칭함이 없음은 이름을 얻을 수가 없어서 역(域)이라고 말하고, 도와 하늘과 땅 그리고 왕이 모두 칭함이 없음의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나라 안에 네 가지 큰 것이 있다.'라고 했다.
而王居其一焉。
<왕이 그 가운데 첫째[하나]에 머무른다.>
【王弼 注】 處人主之大也。
【왕필 주】 사람이 주인으로 큼에 처함이다.
人法地,地法天,天法道,道法自然。
<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王弼 注】 法,謂法則也。人不違地,乃得全安,法地也。地不違天,乃得全載,法天也。天不違道,乃得全覆,法道也。道不違自然,乃得其性,法自然者。在方而法方,在圓而法圓,於自然無所違,自然者,無稱之言,窮極之辭也。用智不及無知,而形魄不及精象,精象不及無形,有儀不及無儀,故轉相法也。道順自然,天故 資焉。天法於道,地故則焉。地法於天,人故象焉。所以為主其一之者,主也。
【왕필 주】 법(法)은 준칙(準則)을 본받음이다. 사람이 땅을 어기지 않으면 이에 온전한 편안함을 얻어서 땅을 본받음이다. 땅이 하늘을 어기지 않으면 이에 온전히 실음을 얻어서 하늘을 본받는다. 하늘이 도를 어기지 않으면 이에 온전히 덮음을 얻어서 도를 본받는다. 도가 자연을 어기지 않으면 이에 그 본성을 얻어서 자연을 본받는 것이다. 사방에 있으면 사방을 본받고 둘레에 있으면 둘레를 본받으며 스스로 그러함에 어기는 바 없으니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은 칭하여 말함이 없어서 꼭대기를 다하도록 주장함이다. 지혜를 쓰더라도 앎이 없음에 미치지 못하는데 형백[몸뚱이]은 정기의 모습에 미치지 못하고 정기의 모습은 모양이 없음에 미치지 못하며 거동이 있음은 거동이 없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굴러가면서 서로 법한다. 도는 스스로 그러함에 순응하고 하늘의 연고는 그 도에 바탕한다. 하늘은 도를 법하고 땅의 연고는 그 하늘을 준칙으로 한다. 땅은 하늘을 본받는데 사람의 연고는 그 땅을 상으로 한다. 그 하나를 주인으로 삼는 것이 주인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