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55. 풍괘(豊卦)[뇌화풍]/王弼 注
▣ 왕필 주역주
○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자는 보사(輔嗣)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찍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55. 풍괘(豊卦)[卦象:뇌화풍]
☳ 震上
☲ 離下
리(離)[火.불]가 아래에 있고, 진(震)[雷.우뢰]이 위에 있다.
豐,亨。王假之,
풍(豊)은 형통하고, 왕이 축복[하사(嘏辭)]을 주니,
【王弼 注】 大而亨者,王之所至。
【왕필 주】 크고 형통한 것은 왕이 이르른 곳[행재소(行在所)]이다.
【石潭 案】 : 『禮記』 《禮運》⇒嘏(클 하)의 ‘정현 주’에 “嘏本或作假”[‘하’는 본래 혹 하(假:멀 하)로 쓰였다]라고 하였으며 “嘏,祝為屍致福於主人之辭也[‘하’는 축(祝)을 하여서 주인의 말에 시신의 복이 이르도록 함이다]라고 하였다. 하(假)는 하사(嘏辭)를 뜻하며 “제사를 지낼 때에, 신(神)이 제주(祭主)에게 내리는 축복의 말”이다.
勿憂,宜日中。
근심하지 말라, 해는 가운데[中]함이 마땅하다.
【王弼 注】 豐之為義,闡弘微細,通夫隱滯者也。為天下之主,而令微隱者不亨,憂未已也,故至豐亨,乃得勿憂也。用夫豐亨不憂之德,宜處天中,以徧照者也,故曰宜日中也。
【왕필 주】풍(豐)의 뜻이 됨은, 미세함을 크게 넓혀서 숨고 막힌 것이 통함이다. 천하의 주인을 하면서 작으며 숨은 자로 하여금 형통하게 하지 못하면 근심이 끝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풍년에 이르면 형통하고 비로소 근심하지 않음을 얻는다. 그 풍년의 형통함은 근심하지 않음의 덕(德)을 사용하니 마땅히 하늘 가운데 처함고 그로써 두루 비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는 가운데[中]함이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彖》曰:豐,大也。
《단전(彖傳)》에서 말하였다. "풍(豊)은 큼이니,
【王弼 注】 音闡大之大也。
【왕필 주】음(音)이 천대(闡大)의 대(大)이다.
明以動故豐。王假之, 尚大也。
밝음으로써 움직이기 때문에 풍성하며, 왕이 축복[하사(嘏辭)]을 줌은 큼을 숭상함이다.
【王弼 注】 大者王之所尚,故至之也。
【왕필 주】큰 것은 왕이 숭상하는 바이기 때문에 이르게 하였음이다.
勿憂,宜日中,宜照天下也。
‘근심하지 말라, 해가 가운데[中]함이 마땅함’은, 천하를 비춤이 마땅함이다.“
【王弼 注】 以勿憂之德,故宜照天下也。
【왕필 주】그로써 근심하지 말라함의 덕(德)이기 때문에 천하를 비춤이 마땅함이다.
日中則昃,月盈則食,天地盈虛,與時消息,而況於人乎?況於鬼神乎?
해가 중천이면 기울고 달이 차면 먹히며, 하늘과 땅이 가득차고 텅빔이 때에 따라 사라지고 불어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이며 하물며 귀신에게 이겠는가?“
【王弼 注】 豐之為用,困於昃食者也。施於未足則尚豐,施於已盈則方溢,不可以為常,故具陳消息之道者也。
【왕필 주】풍(豐)의 쓰이게 됨은 기울고 먹힘에 곤한 것이다. 넉넉하지 않음에게 베풀면 오히려 풍성하고 이미 가득찬 곳에 베풀면 바야흐로 넘쳐서 떳떳함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에 사라지고 자라남의 도(道)를 갖추어 베푸는 것이다.
《象》曰:雷電皆至,豐,君子以折獄致刑。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우레와 번개가 모두 이르름이 풍(豊)괘인데, 군자가 그로써 옥사를 결단하고 형벌을 다스린다."
【王弼 注】 文明以動,不失情理也。
【왕필 주】문채가 밝음으로써 움직이면 인정(人情)과 도리(道理)를 잃지 않는다.
初九,遇其配主,雖旬无咎,往有尚。
초구(初九)는 그 짝하는 주인을 만나는데 비록 대등하더라도 허물이 없어져야 가면 숭상(崇尙)함이 있다.
【王弼 注】 處豐之初,其配在四,以陽適陽,以明之動,能相光大者也。旬,均也。雖均无咎,往有尚也。初四俱陽爻,故曰均也。
【왕필 주】풍(豐)괘의 처음에 처하고 그 짝은 구4(九四)효에 있으며 양(陽)으로써 양(陽)에게 가니, 밝음의 움직임으로써 능히 서로 광대(光大)한 자이다. ‘순(旬, 부역 균)’은 균등함이니, 비록 대등하더라도 허물이 없어져야 가면 숭상(崇尙)함이 있다. 초구(初九)와 구4(九四)가 모두 양효(陽爻)이기 때문에 “대등하다.”라고 말한 것이다.
《象》曰:雖旬无咎,過旬災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비록 대등하더라도 허물이 없어져야 함은, 대등함을 지나치면 재앙이다."
【王弼 注】 過均則爭,交斯叛也。
【왕필 주】균등함을 지나치면 다투는데 사귀면서 이를 배반한다.
六二,豐其蔀,日中見斗。往得疑疾,有孚發若,吉。
육이(六二)는 그 가리개[蔀]가 풍성하면 대낮에도 북두성을 보는데, 가면 의심과 미움을 얻지만 믿음이 일어나는 듯함이 있으니 길하다.
【王弼 注】 蔀,覆曖,鄣光明之物也。處明動之時,不能自豐以光大之德,既處乎內。而又以陰居陰,所豐在蔀,幽而無覩者也,故曰豐其蔀,日中見斗也。日中者,明之盛也。斗見者,暗之極也。處盛明而豐其蔀,故曰日中見斗。不能自發,故往得疑疾。然履中當位,處暗不邪,有孚者也。若,辭也。有孚可以發其志,不困於暗,故獲吉也。
【왕필 주】부(蔀, 빈지문 부)는 덮어서 가림인데, 밝은 빛을 막는 물건이다. 밝음이 움직이는 때에 처하고 스스로 풍성함으로써 광대한 덕(德)을 잘하지 못하며 이미 안에 처했는데 또 음(陰)으로써 음(陰)에 거주하고 풍성한 바를 가리고 있으니 어두운데도 볼 수가 없는 자이다, 그러나 "그 가리개[蔀]가 크면 대낮에도 북두성을 본다."라고 말했다. 일중(日中)이라는 것은 밝음이 성대함이오, 두견(斗見)이라는 것은 어두움의 꼭대기이다. 밝음이 성대함에 처하면서 그 가리개[蔀]가 풍성하기 때문에 "대낮에도 북두성을 본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잘 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면 의심과 미움을 얻는다. 그러나 가운데[中]를 밟고 지위가 마땅하여 어둠에 처해서도 간사하지 않으니, 믿음이 있는 것이다. 약(若)은 어조사(語助辭)이다. 믿음이 있어야 그로써 그 뜻을 일으킬 수 있어서 어두움에 곤궁하지 않기 때문에 길함을 얻는다.
《象》曰:有孚發若,信以發志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믿음이 일어나는 듯함이 있음은, 믿음으로써 뜻이 일어남이다."
九三,豐其沛,日中見沬。折其右肱,无咎。
구삼(九三)은 그 장막(帳幕)이 풍성하면 대낮에도 작은 별[沬]을 보는데, 그 오른팔이 부러트려야 허물이 없어진다.
【王弼 注】 沛,幡幔,所以禦盛光也。沬,微昧之明也。應在上六,志在乎陰,雖愈乎以陰處陰,亦未足以免於闇也。所豐在沛,日中見沬之謂也。施明則見沬而已,施用則折其右肱,故可以自守而已,未足用也。
【왕필 주】패(沛, 비 쏟아질 패)는 깃발의 장막(帳幕)인데 성대한 빛을 막는 까닭이다. 매(沬, 땅 이름 매)는 희미(稀微)한 밝음이다. 응(應)이 상육(上六)에 있고 뜻은 음(陰)에 있으니 비록 음(陰)으로써 음에 처함[六二] 보다는 나으나 또한 어두움을 면함으로는 넉넉하지 않다. 풍성한 바가 장막에 있으니 한낮에도 작은 별[沬]이 보임을 일컬음이다. 밝음을 베풀면 작은별이 보이다가 그치고 쓰임을 베풀면 그 오른쪽 팔이 부러지기 때문에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그치며 넉넉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象》曰:豐其沛,不可大事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장막이 풍성함은 큰일을 할 수 없음이고,
【王弼 注】 明不足也。
【왕필 주】밝음이 넉넉하지 않음이다.
折其右肱,終不可用也。
오른팔이 부러졌음은, 끝까지 사용할 수는 없음이다."
【王弼 注】 雖有左在,不足用也。
【왕필 주】비록 왼쪽[팔]이 존재하고 있지만 사용하기에는 부조함이다.
九四,豐其蔀.日中見斗,遇其夷主,吉。
구사(九四)는 그 가리개[蔀]가 풍성하면 대낮에도 북두성을 보며, 그 평등한 주인[夷主]을 만나면 길하다.
【王弼 注】 以陽居陰,豐其蔀也。得初以發,夷主吉也。
【왕필 주】양(陽)으로써 음(陰)에 거주하니 그 가리개[蔀]가 풍성함이다. 초구(初九)를 발(發)함으로써 평등한 주인[夷主]을 얻으니 길함이다.
《象》曰:豐其蔀,位不當也。日中見斗,幽不明也。遇其夷主,吉行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그 가리개[蔀]가 풍성함은, 지위가 마땅하지 않음이다. 대낮에 북두성을 봄은, 어두워져 밝지 않음이다. 평등한 주인[夷主]을 만남은, 행함이 길하다.”
六五,來章有慶譽,吉。
육오(六五)는 밝음[章]이 와서 경사와 명예가 있으니 길하다.
【王弼 注】 以陰之質,來適尊陽之位,能自光大,章顯其德,獲慶譽也。
【왕필 주】음(陰)의 자질로써 높은 양(陽)의 자리에 오고 가니 능히 스스로 빛이 크고 그 덕(德)을 밝게 드러내어 경사와 명예를 얻음이다.
譯註 1: 『禮記』 郊特牲篇⇒章甫,殷道也。장보(章甫)는 은(殷)나라의 도인데 예관(禮冠)으로 쓰던 모자이며 공자(孔子)가 장보관을 쓴 이후로 장보(章甫)가 유생(儒生)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고 ‘장보를 쓴 남자’로 명사(名詞)화 되었다.
《象》曰:六五之吉,有慶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육오의 길함은, 경사가 있음이다."
上六,豐其屋,蔀其家,闚其戶,闃其无人。三歲不覿。凶。
상육(上六)은 그 가림막을 풍성하게 하여 그 집안을 가렸는데 쪽문으로 엿보니 사람이 없어서 고요하다, 삼년이 되어도 보지 못하니, 흉하다.
【王弼 注】 屋,藏蔭之物。以陰處極,而最在外,不履於位,深自幽隱,絕跡深藏者也。既豐其屋,又蔀其家,屋厚家履,闇之甚也。雖闚其戶,闃其无人,棄其所處而自深藏也。處於明動尚大之時,而深自幽隱以高其行,大道既濟而猶不見,隱不為賢,更為反道,凶其宜也。三年,豐道之成,治道未濟,隱猶可也;既濟而隱,是以治為亂也。
【왕필 주】 옥(屋, 집 옥)은, 감추고 그늘지게 하는 물건이다. 음(陰)으로써 꼭대기에 처하면서 가장 밖에 있어서 지위에 오르지 못하고 스스로 깊이 어두움에 숨어서 발자취를 끊고 감춘 자이다. 이미 그 가림막을 풍성하게 하고 또 그 집안을 가렸는데 가림막이 집안을 후하게 이행했으니 어두움이 심함이다. 비록 그 쪽문으로 엿보아도 사람이 없어서 고요함은, 그 처한 곳을 버리면서 스스로 깊이 감추었다. 움직임이 밝고 큼을 숭상하는 때에 처하여서 스스로 깊이 감추고 그윽히 숨어서 그 행실을 높히니, 큰 도(道)가 이미 이루어졌는데 오히려 나타나지 않으면 숨음이 어짊이 되지 못하여 다시 도(道)를 되돌리게 되니, 흉함이 마땅한 것이다. ‘3년’은 도(道)가 풍성하게 이루어지지만 도(道)를 다스림이 구제되지 않았으니 숨음이 오히려 괜찮지만 이미 이루어졌는데도 숨었으니, 이는 그로써 다스림이 혼란하게 된다.
《象》曰:豐其屋,天際翔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그 가림막을 풍성하게 함은, 하늘 즈음에 휘날림이다.”
【王弼 注】 翳光最甚者也。
【왕필 주】빛이 가려짐이 가장 심한 자이다.
闚其戶,闃其无人,自藏也。
그 쪽문을 엿보니 사람이 없어 고요함은, 스스로 감추었음이다.“
【王弼 注】 可以出而不出,自藏之謂也。非有為而藏,不出戶庭,失時致凶,況自藏乎?凶其宜也。
【왕필 주】나갈 수 있는데도 나가지 않음은 스스로 감춤을 말함이다. 할일이 있는데도 감춤이 아니며 문 앞 정원을 나가지 않았으니 때를 잃고 흉함을 불러들이는데, 하물며 스스로 감춤이겠는가? 흉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