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필 주역주 12. 비괘(否卦)[卦象:천지비]
▣ 왕필 주역주
○ 왕필(王弼.226~249)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자는 보사(輔嗣)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났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하안과 함께 위진(魏晉) 현학(玄學, 老莊學)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저서는 『주역주(周易注)』와『노자주(老子注)』가 있다.
12. 비괘(否卦)[卦象:천지비]
☰ 乾上
☷ 坤下
곤[地.땅]이 아래에 있고, 건[天.하늘]이 위에 있다.
否之匪人。不利君子貞,大往小來。
막혀[否]서 사람이 가지 못한다. 대[乾,君子]가 가고 소[坤,小人]가 오니 군자가 곧으면 이롭지 않다.
《彖》曰 :否之匪人,不利君子貞。大往小來,則是天地不交,而萬物不通也;上下不交,而天下无邦也。內陰而外陽,內柔而外剛,內小人而外君子。小人道長,君子道消也。
《단전(彖傳)》에서 말하였다:“비(否)는 사람에게 아님은, 군자가 곧으면 이롭지 않음이다. 대(大)는 가고 소(小)가 옴은, 즉 바로 하늘과 땅이 사귀지 않아서 만물이 통하지 않고, 위와 아래가 사귀지 않아서 천하에 연방이 없다.
음(陰)이 안에 있고 양(陽)이 밖이며, 부드러움[柔]이 안에 있고 굳셈[剛]이 밖이며, 소인(小人)이 안에 있고 군자(君子)가 밖에 있으니, 소인의 도(道)가 자라고 군자의 도(道)는 사라진다.
《象》曰:天地不交,否,君子以儉德辟難,不可榮以祿。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하늘과 땅이 사귀지 않음이 비(否)이니, 군자가 검소한 덕(德)으로써 어려움은 피하지만 록(祿)이 영화로울 수는 없다.”
初六,拔茅茹,以其彙,貞吉亨。
초육(初六)은 띠 풀이 엉키어 뽑히니, 그 무리로써 곧아야 길하고 형통하다.
【王弼 注】 居否之初,處順之始,為類之首者也。順非健也,何可以征?居否之時,動則入邪,三陰同道,皆不可進,故茅茹以類。貞而不諂,則吉亨。
【왕필 주】비(否)의 처음에 거주하고, 순함의 시작에 처하며, 부류의 머리가 되는 자이다. 순함은 굳셈이 아닌데, 어찌 나설 수 있겠는가? 막힘의 때에 거주하여 움직이면 간사함에 들어가고 세 음(陰)이 도(道)를 함께하여 모두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띠풀이 부류로서 엉킨다. 곧으면서 아첨하지 않으면 길하고 형동함이다.
《象》曰:拔茅貞吉,志在君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띠 풀을 뽑는데 곧으면 길함은, 뜻이 군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王弼 注】 志在於君,故不苟進。
【왕필 주】 뜻이 군주에 있기 때문에 구차하게 나아가지 않는다.
六二,包承,小人吉,大人否,亨。
육이(六二)는 받들어 품으니, 소인은 길하고 대인은 막아야 형통하다.
【王弼 注】 居否之世,而得其位;用其至順,包承於上。小人路通,內柔外剛;大人否之,其道乃亨。
【왕필 주】막힘[否]의 세상에 거주하면서 그 지위를 얻고, 그 지극히 순함을 쓰며 위쪽을 받들어 품는다. 소인의 길이 통함은 안은 부드럽고 밖은 강함이며, 대인은 막아 나가야 그 도(道)가 이에 형통하다.
《象》曰:大人否亨,不亂群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대인은 막아야 형통함은, [소인이] 무리를 어지럽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六三,包羞。
육삼(六三)은 부끄러움을 품는다.
【王弼 注】 俱用小道以承其上,而位不當,所以包羞也。
【왕필 주】함께 소인의 도를 씀으로써 그 윗쪽을 받드는데도 자리가 마땅하지 않으니, 부끄러움을 품은 까닭이다.
《象》曰:包羞,位不當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부끄러움을 품음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음이다.”
九四,有命无咎,疇離祉。
구사(九四)는 명(命)이 있어서 허물이 없으며 짝[初六]에게 복이 붙는다.
【王弼 注】 夫處否而不可以有命者,以所應者小人也;有命於小人,則消君子之道者也。今初志在君,處乎窮下,故可以有命无咎而疇麗福也。疇,謂初也。
【왕필 주】대저 막힘[否]에 처하면서 명(命)이 있어서 안 되는 것은, 그로써 응(應)하는 자가 소인인 바이며; 소인에게 명(命)이 있으면 군자의 도(道)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지금 초육(初六)의 뜻이 군주에 있고, 아래 궁함에 처하기 때문에 명(命)이 있음으로써 허물 없음을 할 수 있어서 짝[初六]에게 복이 붙는다. 주(疇, 이랑 주)는 초육(初六)을 가리킨다.
《象》曰:有命无咎,志行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명이 있어서 허물이 없음은, 뜻이 행하여 짐이다.”
九五,休否,大人吉;其亡其亡,繫于苞桑。
구오(九五)는 막힘에 그치니 대인이 길하며, 없어질까 없어질까 하여 [튼튼한] 뽕나무 밑둥에 매단다.
【王弼 注】 居尊當位,能休否道者也。施否於小人,否之休也。唯大人而後能然,故曰大人吉也。處君子道消之時,己居尊位,何可以安?故心存將危,乃得固也。
【왕필 주】높은데 거주하여 지위가 마땅하고 막히는 도(道)를 잘 그치게 하는 자이다. 소인(小人)에게 막힘을 베풀면 막혀져서 그치는데, 오직 대인(大人)이 된 이후에 그렇게 잘 하기 때문에 "대인이 길하다."라고 말하였다. 군자(君子)의 도(道)가 사라지는 때에 처하여 자기가 높은 지위에 거주하는데 어찌 편안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음이 장차 위태함에 있으며 이에 견고함을 얻음이다.
《象》曰:大人之吉,位正當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대인(大人)의 길함은, 지위가 바르고 마땅함이다.”
上九,傾否,先否後喜。
상구(上九)는 막혀서 기울어지는데, 먼저 막히지만 뒤에는 기쁘다.
【王弼 注】 先傾後通,故後喜也。始以傾為否,後得通乃喜。
【왕필 주】먼저 기울고 뒤에는 통하기 때문에 뒤에 기쁘다. 시작이 기울어서 막히게 되고, 뒤에는 통하여 이에 기쁨을 얻음이다.
《象》曰:否終則傾,何可長也。
《상전(象傳)》에서 말하였다. “막힘이 마치면 기울어지니, 어찌 길게 할 수 있겠는가?”